경기도에 거주하는 장 모 씨는 61살 평생을 근면 성실한 서민으로 살아왔다.스무 살 되던 해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중소기업, 아니 소기업의 사무직원으로 노동자의 삶을 시작해 화장품 방문판매, ‘야쿠르트 아줌마’ 등 수많은 업종에 몸담았다.중간에 잠시 자영업을 하며 사업주로도 일했지만 지금은 다시 노동의 대가를 월급으로 받으며 살아간다.배추, 밀가루, 막걸리, 휴지 등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한숨을 쉬고 지자체에서 생활비 지원금을 받으면 계산기를 두드리며 잠시 안심한다. 몇 년 뒤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해도 굶주리지 않는 삶
지난 7월 20일 우리 팀은 화이트비치를 향하는 차편에 올랐다.분위기가 이상했다. 달려도 달려도 철조망이 나왔고 빈 건물에는 인적조차 없었다.지역 전체가 유령도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도착한 화이트비치는 미 해군과 일본 자위대가 주둔하고 있는 기지였다.이상하다고 느꼈던 구역은 화이트비치 기지촌이었는데, 실제로 오키나와 토지의 25%가 군사기지이며 그 중심으로 기지촌이 형성되어 있어 섬의 상당한 부분이 기지와 관련되어 있었다.화이트비치 기지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하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바삐 촬영 중이었다. 그들은 지역신문
얼마 전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는 탔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 “술을 마시고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라는 말은 가능할까? 오늘은 이 말과 유사한 상황에 대한 실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해보고자 한다.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A는 2016년 1월 회식을 마친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차 안에서 기다리던 중 때마침 지나가던 다른 대리운전기사 B로부터 대리운전 제안을 받고 차를 맡겼다. A는 잠이 들었고, 깨어나 보니 차량은 경남 김해시의 편
스마트폰은 스크롤을 위에서 아래로, 수직의 방향으로 세상과 연결한다. 책은 책장을 옆으로 넘기며 수평적으로 세상에 스며들어간다.스마트폰으로 인해 전 세계 간의 거리와 시차가 줄었다. 작은 창 안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모여있고 언제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그런데 예전에는 옆집 아이하고만 비교를 하다 이제는 한 나라 아니 전 세계 아이와 비교를 한다고 하지 않나.활기찬 만남이 넘치는 그곳에서 우리는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쉬이 가닿을 수 없는 저 하늘 위 꼭짓점 아래서 위축된다.반면 독서는 외딴 섬처럼 동떨어져 고독해 보인다. 영상
헤노코 주민들은 직접 염색하고 바느질한 포스터를 들고 공평해 팀을 환영해주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결코 만만치 않았다.“여권을 모두 모아주세요.” 현지 경찰의 목소리였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반나절을 항해한 크루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한 시간쯤 끝나지 않을 듯한 입항 심사를 받았다.경찰은 앞뒤가 맞지 않는 한국어를 뱉어내는 작은 통역기에 모든걸 의지해 대화를 시도했다. 크루 수산은 일본으로 들어온 이후 이렇게 까다로운 심사가 이루어진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군사적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라
연이은 묻지마 칼부림 사건들올여름 소위 ‘신림역 칼부림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범죄심리학에서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라고 한다.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원한 관계 등 범행 대상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범죄다.2023년 7월 21일 서울 신림역 부근에서 일어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끔찍한 흉기 난동으로 고작 6분 만에 젊은 청년 3명이 크게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가해자 조선은 22세 남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30대 남성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 씨(29세, 여)는 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팀에 투입됐다.2개월 동안 기존 업무와 프로젝트 업무를 병행하던 김 씨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기존보다 5kg가 빠졌다. 어느 날 모든 소리가 예민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귀가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먹먹하게 느껴졌다. 말소리나 숨소리가 귀에서 울려들리기 시작하여 심각성을 느낀 김 씨는 병원을 찾았고 이관개방증을 진단받았다.유스타키오관이라고도 불리는 이관은 코와 귀를 연결해 외부 기압과 중이의 압력을 맞춰주는 수도 파이프처럼 생긴 기관이다. 침을 삼키거나
우리 집에는 반려묘가 둘 있다. 둘 다 올해 13세로, 사람으로 치면 68세다.4개월도 안 된 새끼 고양이일 때 길에서 각각 구조되어 한 식구로 함께 산 지 13년이 되었다.그중 둘째 고양이가 최근 심장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 벽이 계속 두꺼워지는 질병이다.벽이 두꺼우니 심장 안에 피를 담을 공간이 좁아지고 피가 조금밖에 안 담기니 심장이 더 많은 피를 만들기 위해 더 빨리 뛰어서 벽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병이다.죽음까지 6개월 남았다는 선고를 받았고, 심장 벽이 두꺼워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매일 아침 알약을 한 알씩 먹이기
바람을 타고 100일간 배를 탄다고?친구가 항해를 떠난다고 했다. 100일간 무동력 요트를 타고. 그 말인즉슨 운명을 자연에 맡긴다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다섯 명의 크루가 교대로 운전 하려면 잠도 얼마 못 잔다고 했다. 날씨가 안 좋으면 항해가 무한정 길어질 수 있고 먹을거리가 동날 수도 있다. 흔히 생각하는 부유한 요트 여행이 아니었다.가장 당황스러우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배변 처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양변기 없이 양동이에 볼일을 본 후 바다에 처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양동이는 스스로 바닷물에 씻어야 한다. 특히 배
어른의 지표라는 게 과연 있을까.해를 더해가며 자연스레 얻는 나이 같은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나 화학적 변화, 그러니까 신체 노화 같은 지표가 아니라면, 언제부터 어른이 될까?어른은 등 떠밀려 되는 것이 아니다.내면적인 성장 상황, 삶의 배경이나 처한 상황 앞에서 맞이하는 시기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사람의 운전 실력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개인의 숱한 경험과 노력 여부에 따라 다르다.우리나라에서는 아동복지법상 만 18세, 민법상 만 19세 이후부터 어른으로 정의한다.이제 막 어른이 될 준비를 시작한 존재들이지만 일단
주호민 작가의 초등학생 아들 학대 혐의로 기소돼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특수교사가 8월 1일 복직한다.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가 되면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특수교육에 임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고 다른 특수 아동,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그는 또 "교사도 전문직이지만 특수교사는 그중에서도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라며 "특수 아동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이번에 피소를 당한 교사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이 겪을 수도 있는 일로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서점의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제목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인데 왜 인문 분야지? 건강이나 과학 분야에 어울리는 책 같은데.’카피 또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의 한국형 건강수업’이라 더욱 건강 분야에 가깝게 느껴졌다. 건강의 개념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영역까지 포함시킨 책이어서 그렇겠거니, 추측했다.결과적으로 이 추측은 틀렸다. 마음 건강까지 다루는 건 맞지만 인문 분야여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30대부터 노인까지, 노
몇 년 전 한 유명 가수가 음주운전 적발 직후 했던 “술을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라는 말. 이 말은 개그 소재로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오늘은 이 말과 유사한 상황에 대한 실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해보고자 한다.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A는 2013년 5월 5일 밤 술을 마신 뒤 100㏄ 오토바이의 좌석에 올라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경찰관에게 단속되었는데, 당시 A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72%였고 이에 법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벌금을 물게 된 A는 이에
편향된 생각은 패러다임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생각이나 행위를 목격하면, 우리는 애써 무시하거나 화를 내며 공격한다.『암컷들(Bitch)』은 저자인 루시 쿡과 그의 ‘여성’ 동료 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을 바탕으로 써낸 책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생물학계를 지배했던 ‘적극적인 수컷, 수동적인 암컷’이란 패러다임을 흔든 연구들의 집약체이다.루시 쿡은 저명한 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이며, 동시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이다. 쿡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초판 1976)』를 비판하며
250ml 한 컵 기준으로 8잔 정도 물 마시면 하루에 2리터다.이렇게 3년 6개월의 식수 양을 모으면 2700리터이고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도 동일하게 약 2700리터의 물이 든다고 한다.고작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도 이 정도라면 옷장을 빼곡히 채운 다른 옷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했을까.지나친 물 소비는 사막화와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면 생산을 위한 목화 재배에는 상당한 농약이 사용되는데 눈앞의 생산량을 위해 뿌린 농약은 토양의 산성화를 일으키고 이 토양은 아산화질소를 발생시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피로 사회』)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는 2012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온 사회에 열 풍을 불러일으켰다.128쪽의 얇고 작은 책이지만 단어마다, 행마다 묵직한 함의가 가득해 한 문장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대중서 밖의 본격 철학책’인데, 긴 글을 읽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시대임에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17만 부 이상 판매되며 그 충격을 이어가고 있다.한병철 교수에 따르면 피로사회를 만든 원인은 성과주의다. 성과를 냈을 때
신축 아파트와 아파트 건설 공사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부실시공 아파트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결국 전면 재시공에 들어간다. 붕괴한 곳 지하주차장 위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설치될 예정이었는데 완공 후 붕괴돼 발생할 인명피해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건설업계가 지난해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를 잊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사태가 재발될 수 있는 것인가. 1995년 삼풍
깊은 밤, 아이가 간식을 찾으며 울었다. 그 아이는 작은방에서 홀로 자고 있었다. 옆방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형제가 있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아빠는 옆방으로 건너가 아이를 때려죽였다. 살해를 저지른 아빠는 상해 치사와 사체 유기 죄로 징역 5년을 받았으나 부양할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감형되었다.당시 임신 중이던 엄마는 다가올 출산과 자녀들의 양육 의무로 인하여 기소 유예되었다. 남은 자녀들은 아동 학대 피해 '생존자'들 임에도 다시 부모라는 이름을 지닌 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부모'가 있기만 하면 그
당신은 ‘휴거’ 혹은 ‘임거’라는 은어를 아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머니시아와 거지를 합친 단어가 ‘휴거’이고, ‘임거’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거지를 뜻한다. 흔히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가난하다는 인식으로 생겨난 차별적인 용어이다.이런 차별적 은어는 선입견과 그로 인한 구별하기, 즉 차별로 생겨난다. 뉴스 등에서 이를 지적하는 장면을 많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차별의 문화가 사라지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다행이도, 2백여 년 전의 한 지식인이 쓴 고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연암 박지원
여름에는 강한 햇빛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태양광선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구분된다. 그중 오존에 의해 차단되지 않은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우리의 피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경희대병원 피부과 신민경 교수는 “뙤약볕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될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증상은 홍반, 가려움증, 화끈거림이며 물집, 통증, 부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대개 햇빛 노출 후 12~24시간에 가장 심하게 나타나며, 수일 이내 각질의 탈락이 시작되면 무리하게 벗겨내지 말고 보습제를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