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튼햄 트위터 캡처
토튼햄 트위터 캡처

 

2019월 5월 9일 새벽은, 아마도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겐 잊기 힘든 날이 될 거다.
 
십 년 정도 시간이 흘러, 이 날이 5월 9일이었는지 5월 19일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겠지만, 적어도 2019년 5월 즈음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을 반드시 기억할 거다.
 
스스로를 ‘축구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엄청난 일은 당연히 토트넘 홋스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말한다.
 
심판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터진 ‘루카스 모우라’의 골로 3:2 역전에 성공한 순간, 새벽인 탓에 홀로 경기를 보던 난 그저 혼자서 방바닥을 몇 번 두들겨야만 했다.
 
순간, 인터넷과 sns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국인 선수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다는 건, 마치 우리 자신이 성공을 거둔 것만 같은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날 그 누구보다도 정제 없는 감정을 표출한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바로, 토트넘의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였다.
 
이날 포체티노의 전술 혹은 그의 리더십에 관해 난 별로 쓸 말이 없다.
 
난 전술 분석가도 아니고, 리더십 전문가도 아니다.
 
그보단, 경기 후 그가 던진 인터뷰 중 한 대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포체티노는 감격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축구에게 감사하다.
 
축구 없이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다”(“The emotion is amazing, thank you to football. This type of emotion without football is not possible”)라는 말을 던졌다.
 
나로선 처음 듣는 신선한 표현이었다. “축구에게 감사하다”라니… 그는 마치 ‘축구’가 한 명의 ‘인격체’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포체티노의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참나, 축구가 뭐라고, 축구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다 하네,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 자체를 업(業)으로 삼고 살아가는 포체티노가 던진 이야기라면 이 말의 의미를 한 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다.
 
포체티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감사하다”라거나, “토트넘의 감독을 맡고 있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축구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던졌다.
토트넘 트위터
토트넘 트위터

이 말이 의미 있는 이유는,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인 ‘직(職)에 대한 집착’이 아닌 ‘업(業)을 향한 열정’을 포체티노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외적인 결과가 아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저 깊은 곳 도도한 흐름에 대한 열정.
 
이 날 인터뷰를 통해 포체티노는 한 명의 훌륭한 감독을 넘어 한 명의 훌륭한 ‘모티베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정제 없이 드러난 포체티노의 감정은 그의 인터뷰와 결합되어 두고두고 기억날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물론,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그 경기장에 손흥민이 있었다는 사실이겠지만…
 
포체티노는 예전에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곤 “어릴 때를 생각해보자면 축구를 사랑했고 열정이 넘쳤다. 마라도나가 롤모델이었다”는 답을 했다.
 
1972년생인 그가 축구를 사랑한 건, 이렇듯 어릴 때부터였다. 그러고 보면, 포체티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사랑한 축구에 인생을 걸었고, 지금도 축구로 인생을 풀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자신의 저서 <축구란 무엇인가>를 통해 “축구는 각각 열한 명 선수로 구성된 투 팀 간의 ‘투쟁 스포츠’로 정의된다.”고 이야기했다.
 
손과 팔을 제외한 모든 신체 모든 부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축구는 ‘야구’ ‘농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격렬함을 뿜어내는 종목이다.
 
‘투쟁 스포츠’인 축구에서 감독을 맡는다는 건 전쟁터로 치면 ‘사령관’의 역할을 맡은 것과 같다.
 
직접 뛸 수는 없으나 직접 뛰는 선수들을 강렬하게 이끌어가야 하며 이것을 훌륭해 해내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내적, 외적 에너지가 요구된다.
 
게다가 그곳이 유럽축구의 중심인 ‘챔피언스리그’라면, 평소보다 두세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포체티노는, 이 깊고 뜨거운 에너지를, ‘축구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길어 올린듯하다.
 
한국 축구팬들에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이 향수로 남아 있다.
 
더불어 그를 지도하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팬들에겐 향수다.
 
퍼거슨과 포체티노의 공통점이 있다.
 
두 감독 모두 ‘축구를 사랑해도 너무 사랑했다’는 것, 달리 말해, 축구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현장을 지켰다는 거다.
 
포체티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로, 명장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2019년 6월 2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벌어지는 그 날, 난 한 번 더 포체티노에게 집중할 생각이다.
 
물론, 손흥민은 기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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