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쉑쉑 버거’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쉐이크쉑 버거’지만, 난 그냥 ‘쉑쉑 버거’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출발 이틀 전에, “형, 인천공항에 쉑쉑 버거 있는 건 알죠?”라는 지인의 질문을 듣고서야 알았다.

배웅 나온 아내와 함께 발권을 마치고 ‘쉑쉑 버거’로 향했다. 긴 비행을 앞두고, ‘쉑쉑 버거’로 배를 채우고 싶었다.

쉑쉑 버거 하나, 감자 튀김 하나, 그리고 기다란 콜라 한 잔.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는’ 아내는 감자 튀김만 좀 먹기로 하여 나머지는 전부 내 차지였다.

난 쉑쉑 버거를 시킬 때마다, 패티 사이로 슬쩍 삐져나온 초록빛 양상추가 좋다. 자칫하면 느끼할 수 있는 패티 맛을 적절하게 살려줄 것만 같은, 약간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 느낌이 좋다.

한 입 베어 물고, 콜라 한 모금 들이키고, 입에서 섞이는 햄버거와 콜라의 조화를 혀로 돌려가며 첫 입을 삼켰다.

한 입 베어 물고 나니,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 2시간 전’ 쉑쉑버거를 택한 건 괜찮은 선택임이 분명해진다.

감자 튀김 하나 들고, ‘마요네즈와 케찹’을 적절히 섞어 입에 넣으니 ‘왠지 이번 여행이 아주 성공적인 여행이 될 것만 같은 착각이 밀려온다.

신(神)이 햄버거를 만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 같이 ‘먹는 것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맛집’을 검색해본 적이 없지만, 햄버거 정도는 늘 즐겨왔다.

햄버거에 대한 모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어떤 음식보다 햄버거는 문턱이 낮았다.

절반 정도 먹고 나서 한 템포 쉬고 주위를 둘러본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아서 좋다.

그들은 그저 ‘햄버거를’ 즐기러 온 것뿐이라서 좋다. 그들은, 그저 ‘햄버거’ 하나를 먹으러 온 거다.

뭐 대단한 목적을 안고 온 건 아닌 것 같아서 좋다. 큰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라, 그저 햄버거를 먹으러 왔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햄버거를 다 먹고 나니 콜라 한 모금 정도가 부족하다.

할 수 없이 남은 얼음 중 두 개를 입에 털털 털어넣고 아사삭 씹는다.

이 정도면 부족한 콜라 대용으로 적절하니까.

이번 여행의 포문을 쉑쉑 버거가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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