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4월 1일,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여 들어오니 혼자가 됐다.

배웅 나온 아내는 돌아갔다.

십여 년 전, 유럽으로 떠날 때도 혼자였는데, 이번엔 정말 혼자다.

그땐 애당초 혼자인 내가 혼자 여행 간 거였고, 이번 여행은 아내랑 두 딸을 두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니 정말 혼자다. 허전한데 자유롭고, 자유로운데 허전하다.

내가 뭐 대단한 애처가라거나, 숨 막히게 달콤한 아빠여서 그런 건 아니다.

탑승구로 향하던 중, 서점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난, 책이다.

들어가서 무슨 책이 있나 보는데 이런, 뭐 그저 그런 책밖에 없다.

 

그 모든 책들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여행이 아니어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책들밖에 없었다’는 거다.

왠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여정에 어울릴 것 같은 책이라곤 딱히 눈에 보이지 않는 느낌.

하정우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를 볼까… 아니다. 이미 충분히 성공한 그에게 나까지 힘을 실어주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고른 책은 정혜신 박사가 쓴 <당신이 옳다>.

평소 정혜신 박사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의 강연과 글을 여러 번 접했던 적이 있어 어느 정도 내용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그가 제목을 통해 내게 던지는 “당신이 옳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그렇지, 난 옳지. 난 옳단 말이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싶어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난 옳다는 거다.

그래, 이렇게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건 충분히 옳은 짓이야.

이렇게 스스로를 격렬하게 위로했다.

사실 책을 읽는 이유 중 팔 할은 ‘위로받기 위함’이 아니던가…

내친 김에 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다.

난 책이 좋다.

책으로 숨을 수 있어 좋고, 책 때문에 ‘있어 보일 수’ 있어 좋다. 책 덕분에 시간을 때울 수 있어 좋다.

책을 읽는 이유를 좀 더 섬세하게 나눠보자면, 비행기에 책을 들고 가는 이유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다.

나에겐 그렇다. 비행기를 타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비행사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좌석을 배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덕분에, 나 같은 성인 남성에게 비행기 좌석은 끔찍하게 좁다.

그렇다고 난생처음 보는 옆 사람과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그렇다.

그나마 좌석마다 달려있는 화면으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지만, 그걸 10시간 내내 보고 들을 순 없다.

귀에 달린 이어폰도 답답한 순간이 밀려온다. 그 순간, 구원투수처럼 등장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BOOK’이다. 책을 읽을 때 이어폰 같은 건 필요 없다.

이어폰을 잠시 떼고 책을 펴는 순간, 시원함이 밀려온다. 등판 순서가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책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야 유효하다.

적어도 비행기에선 말이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옳다>는 비행기에서 나름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혜신 박사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은 비행시간을 확인했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은 주구장창 영화만 본다.

그녀의 옆 자리에 앉은 또 다른 여성을 보니 ‘책’을 본다.

그녀는 어떤 책을 보고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책에도 관심이 많은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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