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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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축구 감독에게 ‘인간미’는 필수적인 덕목과는 거리가 있다.

감독이라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하고 탄력 있는 전술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충분히 갖춘 감독이 ‘인간미’까지 풍긴다면, 그 감독은 다른 팀의 팬들에게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생겨난다.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감독 ‘위르겐 클롭’이 그러하다. 클롭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지구 반대편에서 오직 ‘미디어’를 통해 클롭을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클롭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클롭은 뭔가 인간적이야…” 실제 클롭의 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클롭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일 없는 팬들 입장에선 그의 ‘인간미’를 적절하게 소비하면 되는 것이다.

클롭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의 영원한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는 자신의 자서전 <마이 스토리>를 통해 2004-200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우리가 흔히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는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던 리버풀이 후반 세 골을 몰아치며 3:3 동점을 만들고, 기어코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가 결국 우승을 거머줬던 사건. 누군가에겐 ‘기적’이지만, 누군가에겐 ‘비극’으로 기억되는 그 경기.

“우리는 완전히 미쳤다. 소리치고, 춤추고, 웃고, 별별 바보짓을 다 했다. 지금에서야 뒤돌아보면서 그날 했던 행동들을 회상해봤다. 내가 정말 저랬다고? 예스. 기뻐할 자격이 있었다. 당연히 기뻐했다. 이보다 더 끝내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승부가 있었는가? 내 말이 틀리지않을 것 같다. 밀란은 월드클래스 혹은 그에 가까운 선수들만 모인 클럽이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겼다.”

 

유럽축구의 정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는 아드레날린이 폭포수처럼 솟구친다. 제라드의 이야기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탄불의 기적’은 축구팬들에게 생생하다.

그 후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없는 리버풀을 이끌고 클롭 감독이 정상 근처까지 왔다.

작년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게 ‘매우 찝찝하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클롭이 다시 한 번 정상 근처까지 팀을 끌고 왔다.

다른 팀의 팬들까지 애정하는 클롭 특유의 인간미는 결승전에서 어떤 식으로 번역될까?

누구보다 냉철해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클롭의 인간미가 역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닐까?

다행히 클롭이 단순히 인간미만 갖춘 감독으로 보이진 않는다. 당연한 소리다. 분데스리가에서 리그 우승을 맞봤던 감독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팀을 2년 연속으로 올려놓은 감독이 ‘인간미만’ 갖췄을 리가 없다.

<키커>지의 편집자인 도르트문트 전문가 토마스 헤네케는 2009년 당시 위르겐 클롭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시, 위르겐 클롭이 이끌던 도르트문트는 부진에 빠져 있었다.

“당시 ‘클롭의 마법은 풀린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왔지만, 클롭은 그런 반응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클롭이 매주의 결과에 따라 이 방식은 좋았고 저 방식은 나빴다고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적인 판단 영역도 가지고 있음을 알았지요.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클롭은 놀랄 만큼 일관되게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신문에서 뭐라고 쓰든,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주위에서 전술을 바꾸라고 요구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클롭의 인간미는 그만의 ‘강렬한 원칙’에 기반한다.

즉, 그의 인간미는 ‘그의 감성’에 좌지우지되는 변화무쌍한 감정 표현 정도가 아닌 셈.

‘FSV 마인츠05’ 시절부터 닦아온 클롭의 축구 철학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2019년 6월 2일 새벽4시부터 무르익은 열매를 빚어낼 가능성이 크다.

클롭의 축구와 손흥민이 마드리드에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클롭은 과연 리버풀을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비운의’ 감독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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