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공식트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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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가까운 동생과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관전했다.

경기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인 토요일 늦은 저녁, 동생이 사는 곳 인근 이마트로 향했다.

식량 확보를 위해서였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마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 음식이 없었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치킨은 물론, 피자까지 완전히 동이 난 상태였다. ‘

이런, 우리가 한 발 늦었어. 다들 내일 새벽 챔스 결승을 볼 때 먹으려고 식량을 사간 게 분명해’라며 가슴을 때렸다.

결국, 동네 구석구석마다 존재하는 이름 모를 치킨집에 들어가 두 마리 챙겨 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밤을 새다시피 동생과 토트넘에 관한 썰을 풀며 결승에 오르기까지의 영상들을 리플레이 했다.

이 동생은, ‘축구 전문가’에 가까운 비전문가다. 밤을 새서 이야기를 나누며, 동생과 내 마음에 묘하게 꿈틀댔던 불안함은 ‘혹시나 해리 케인이 선발로 나오고, 손흥민이 벤치에 앉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함이었다.

2007-2008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 박지성이 출전 명단에서 삭제됐던 순간을 경험했기에, ‘유력한 선발’이라는 예상이 ‘선발 출장 확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새벽 2시쯤, 알람을 맞춰놓고 잠시 잠이 들었고 선잠에 빠져 있을 때, 새벽 3시쯤 동생이 나를 격하게 흔들며 “형, 토트넘 선발 명단이 떴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동생이 들이민 핸드폰 화면을 보니 선발 라인업 꼭대기에 ‘케인’이란 이름이 보였다.

잠이 덜 깬 난 ‘케인이 나왔으니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졌군’이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

 

“뭐야? 손흥민 빠진 거야?” 분노에 가까운 나의 울부짖음을 들은 동생은 서둘러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키며 “아냐, 손흥민은 윙으로 나왔고”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1시간 후 진행된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팀은 졌어도 손흥민의 가치는 올라갔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며 ‘그 경기에 대한 기억’은 살포시 접어두기로 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난, 잠에 든 나의 무의식까지 파고들었던 ‘손흥민의 선발 출장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기까지 사실상 주역이나 다름없었던 손흥민의 선발 출장에 대해서 우리는 불안해해야 하는가,

(정말 던지기 싫지만)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은, ‘만약 손흥민이 해리케인과 국적이 같았어도, 이렇게 불안감을 느꼈을까?’라는 질문이다.

포체티노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아니에요, 그건 한국팬들의 기우에 불과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손흥민을 선발로 출장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라고 해서 벤치로 미뤄준다는 건 그야말로 저에 대한 모함에 불과하죠”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왜 우린, 아니 왜 나는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불안함’을 느꼈어야 하는 것인가.

난 토트넘의 패배보다도, 내가 느낀 이 불안함이 훨씬 더 불쾌했다.

여기엔, 한국인으로서 경험했던 세계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축적된 차별이 강렬하게 작용한다.

포체티노의 의중이 실제로 어디에 있건, 그것과 상관없이 나의 마음은 그렇게 작동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해리 케인은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가 보여준 경기력이 최악이었다는 건 경기 직후 허공을 지속적으로 응시했던 그의 표정이 증명해준다.

사실 해리 케인이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 건 한 선수의 커리어에서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일 정도로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선수의 ‘선발 출장’으로 ‘검증된 컨디션을 보유했던 손흥민의 벤치행’을 걱정했다는 불안함은, 여전히 불쾌하다.

손흥민은 무엇을, 얼마나 더 보여줘야 할까.

난 그의 태도와 플레이, 그리고 정신력까지 이미 ‘월드클래스’라고 확신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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