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경영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과정에서 "재능기부"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금전적 기부도 중요하지만 각기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한 마음의 치유도 기부의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1년에 한번정도는 회사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때 마침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팀장이 보고를 하였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대표가 운영하는 수다공방이란 단체인데 동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미싱 기술자들을 모아서 교육을 시키고 직접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일 년에 한번 그동안 교육받고 만든 옷을 가지고 품평회와 같은 패션쇼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한번 만나보자고 말하였고 동대문 근처 "수다공방" 으로 찾아갔다.

"수다공방"은 비록 허름한 사무실이었지만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고 전순옥 대표와 장시간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보람된 일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비록 나만 느끼는 부분일까 잠시 고민을 했었지만 함께 한 직원들도 이 프로젝트를 매우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수다공방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동대문패션센터에서 진행하는 수다공방 패션쇼 "바람나다"가 시작된다.

먼저 장소를 보고선 예상외로 큰 규모의 스케일이라 걱정이 앞섰다.

약 1,000여명이 참관할 정도의 규모였다. 왠만한 브랜드가 하는 정도의 패션쇼를 만들어야 되는 스펙이 나오는 것이다.

무대, 조명, 음향 할 것 없이 시스템도 걱정이었지만 비용이 가장 문제였다.

그러나 무대, 음향, 조명, 특효, 음악 등 시스템 파트너사들은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고선 최소비용으로 참여해주겠다는 확답을 받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를 시작하면서 너무나 많은 감사함과 세상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뀌게 되었다.

나의 직원과 파트너사들의 재능기부도 감사하지만 수다공방에게 많은 대기업들이 후원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언론과 게스트들이 너무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런 후원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수다공방과 전순옥대표의 노력이지만 정말 인기 있는 탑클래스의 연예인과 정치인, 기업CEO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돈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구나하는 행복감에 도취되었다.

이런 따스함이 나에게는 이번 행사를 더 잘해야겠다는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먼저 전체적인 구성을 살폈다.

영상을 상영하고 난 뒤 패션쇼와 축하무대로 이어지는 기본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있는 행사지만 패션쇼의 제일 중요한 것은 의상과 모델이다.

의상은 수다공방 교육생이 직접 만든 옷 그리고 모델은 패션쇼의 모델을 수다공방 교육생과 게스트들이 직접 한다고 한다.

즉 아주머니들이 직접 옷을 입고 워킹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연출전략으로 이번 행사를 만들어야 할지 나는 고민했다.

행사장과 시스템규모가 크기에 퍼포먼스의 빈약함은 관람객에게 아쉬움을 줄 것 같고 퍼포먼스의 주인공인 모델들은 아마추어이기에 어려운 주문을 하기에도 힘들고

그러나 난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들을 믿자는 것이었다.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쇼의 주인공은 수다공방이 교육생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머니상이었다.

그 들이 주인공이자 그 들의 삶은 우리의 삶을 투영하는 것과도 같다.

그 들에게 주인공으로 당당함을 보이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하는 것이

나의 최종 판단이자 이 쇼의 제일 중요한 컨셉으로 설정하였다.

제일먼저 영상스토리도 다큐멘터리처럼 그녀들의 일상과 인터뷰로 잔잔한 감흥을 포커스로 맞추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쇼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지만 아마추어 같지 않은 세련되고 멋진 워킹으로 승부를 보자고 했다.

수다공방에서는 교육도 하루밖에 안되고 다소 걱정을 했지만 나는 믿어달라고 한 뒤 한국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열정적인 워킹강사를 섭외했다.

교육 당일 워킹강사와 함께 교육이 시작되었다.

난 주문을 넣었다. 이 들이 주인공이니까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용기와 당당히 걸을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워킹강사는 "콘티를 어렵게 해도 되겠냐?"고 하였고, 소화할 수 있는 한 어렵게 해도 된다고 하였다.

그리곤 연습이 시작되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강사는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엄하게 하며 그들을 가르쳤고 그 40~50대의 아주머니들은 잘 따라주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그녀와 그들은 한바탕 축제의 완성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몰두해 나갔다.

행사 당일이 되었고 아침부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모델들은 교육한 날과 달리 워킹 콘티도 잊어버리고 까먹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워킹강사는 다시! 다시! 를 외치며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고 있었다.

모델도 아니고 하루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으니 콘티를 까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다고 쇼를 망치게 할 수는 없고...

나는 워킹하는 모든 분들께

"오늘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기분 좋게 즐기면서 하세요",

"틀려도 좋다. 마음 편하게 사람들과 눈 마주 치면서 하라"고 주문을 계속 넣었다.

나의 주문이 떨어지고 난 뒤 조금씩 미소를 되찾은 주인공들은 몇 번의 리허설이 반복되면서 차츰 안정된 자세와 포즈로 그 날의 주인공의 옷을 맞춰 입고 있었다.

쇼는 시작되었다.

수다공방의 주인공들이 함께 미싱을 하고 옷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객석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수다공방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힘은 달랐다.

그들은 연습 때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객석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으며 당당한 걸음을 하였고 한명 한명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머니와 아들이 손을 잡고 나와 무대 맨앞으로 걸어 나와 서로 꼭 끌어안고,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가 두손을 꼭 잡고 워킹하다 서로 쳐다보며 웃음이 터지고 자리 바꾸기나 중간 턴(캣워크 중간부분에서 한번 돌아서 나가는 것)등 어려운 동선과 포즈도 하나도 잊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하는 모습은 무대가 꽉 차 보이는 감동을 주었다.

내가 수많은 쇼를 기획하고 이벤트를 총연출을 하면서 이렇게 진실 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는 드라마 같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이 쇼는 단순히 의상을 보여주고 뉴 트랜드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에 대한 보상처럼 보였다.

게스트도 수다공방의 의상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등장하고 유명연예인, 정치인, 기업인과 수다공방아줌마가 같이 손잡고 워킹을 할 때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립박수와 갈채를 보내왔다.

그 감동적인 쇼가 끝난 뒤 나는 제일 먼저 무대 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수다공방 아줌마들과 박수치며 즐거워하고 기뻐했다.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그동안 수많은 쇼와 이벤트가 끝나면 찾아오는 공허감을 그 날 밤은 느끼질 못했다.

그렇게 10년을 함께 해온 수다공방 패션쇼. 지금은 명품봉제페스티발이라는 이름으로 규모가 커져서 전문디자이너를 육성하고 퀄리티있는 작품으로 매년 큰 인기와 관심을 받는 행사로 발전해오고 있다.

나에게는 재능기부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행복한 이벤트였던 것 같다.

이렇듯 아마추어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

나도 열심히 살면 행복한 미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공감대가 성공지향적인 사회에서 주는 허탈감을 메우며 살아가는 기쁨을 주게 된다.

최근 마케팅에서도 일반모델을 활용하여 광고를 촬영하고 감동스토리를 주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어쨌든 감성적 전달법의 하나인 "자아"를 활용하는 것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믿음과 자신감만으로도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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