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위험을 외주화한 한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영정에 헌화했다.  / 남기두 기자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위험을 외주화한 한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영정에 헌화했다. / 남기두 기자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까지 형사 처벌 할 수 있게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이면 시행 8개월째를 맞는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현장의 사망 사고는 여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한 명 이상 사망하면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노동계는 지난 7월 노동자 대회에서 강력 투쟁에 나섰다.

◇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논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는 57건(사망자 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건(68명) 대비 9건 줄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고는 38건(45명)으로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현행 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은 3일 오후 2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앞에서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은 3일 오후 2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앞에서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앞서 삼표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만에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월에는 요진건설산업의 판교 공사장에서 근로자 2명이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추락사했다. 이밖에도 DL이앤씨, 한화건설, 계룡건설산업, 화성산업 등 5개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했다.

또한, 여천NCC 화학공장에서 열교환기 기밀시험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노동자들의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사망자 1명과 중‧경상자 9명을 낸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화재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올랐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첫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속지주의 원리에 따라 외국계기업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정됐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법의 당초 취지였으나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A 기업 관계자는 “실질적인 사고 예방 효과는 미비한데 책임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 조치를 했음을 입증할 서류작업만 몇 배로 늘었고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5~49인 사업장은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2020년 기준 산재사고 사망 사례를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 81%에 달하며 그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35.2%이나 당장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사고 중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 사건은 없다.

현재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은 27건이나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한 두성공업 사건 1건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3명이 사망해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입건된 삼표산업의 경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정부, 규제 완화할까…갈등 고조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종사자나 시민에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법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모호한 법 조항과 강력한 처벌 조항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경영책임자 의무 사항 구체화 및 처벌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중대재해처벌법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을 명시하고 중대산업 재해 사망자 범위를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하며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관련 조문 신설 등이 포함됐다.

1년 내 3명 이상 발생했을 때 중대 재해에 해당하는 직업성 질병자 범위를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받아야 하는 안전보건 교육 시간은 기존 20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내용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비전 발표' 행사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비전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 / 남기두 기자

윤석열 정부는 보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돼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중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대재해처벌법이 구속 요건과 형사 기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등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나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된 ‘여소야대’ 구도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척해가 지나기도 전에 법안이 무력화하는 것을 결코 두고 보지 않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총이 낸 건의서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다름없이 사망사고는 대부분 기업의 방만한 안전보건 경영으로 발생하고 있고 경영책임자와 법인의 비협조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예방보다는 처벌을 회피하는 데 급급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16일 국회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논란이 결과적으로 산업 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처벌이 부각된 탓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적 서비스에 의존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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