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최저임금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최저임금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9일 열리는 가운데 노사가 극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면서 최저임금 협상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는 ‘업종별 차등 지급’과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합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여년 만에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고물가’도 주요 변수다.

최저임금 제도는 모든 근로자가 최소한의 노동 가치를 보전받기 위한 제도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5년 전인 2017년(6470원) 대비 41.6% 상승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5,05% 인상하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가율을 고려한 수치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과 구분 적용 도입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진통이 예상된다.

◇ 내년 최저임금 29.4% 인상해야 한다는 근로자단체

근로자위원 측은 올해도 1만 원 이상으로 큰 폭의 인상을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되던 경제가 회복할 가능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최저임금에 이런 요인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근로자단체는 지난달 개최한 ‘최저임금 핵심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를 통해 내년 최저임금은 1만1860원(월 247만9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시급 9160원)에서 29.4%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내수 개선이 더뎌 지난해 유명 대기업은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와 임금 인상을 기록했으나 서민들은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밥 한 끼도 제대로 사서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물가도 쟁점이다.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6월과 7월에도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과 국제 식량 가격의 높은 상승세에 더해 거리두기 해제와 확진자 수 급감 등으로 대면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외식과 축산물 등 관련 품목의 물가 오름폭마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측은 “실생활 먹거리 물가는 8.7% 상승했으나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각각 1.5%, 5% 인상에 그쳐 저임금‧취약 계층 노동자들은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소비자물가에 비해 생산자물가가 2배나 더 오른 만큼 어려움이 있다며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상폭 최소화로 맞서고 있다.

◇ 최저임금 ‘동결‧차등적용’ 주장하는 경영계

경영계는 지난 정권 5년간 최저임금이 40% 넘게 올랐다며 동결을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경영 환경이 어려운데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대면‧IT‧수출 대기업은 실적이 회복했으나 최저임금에 민감한 내수‧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로 인한 타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위임금(전체 근로자 임금을 금액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지난 2020년 기준 62.5%로, OECD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7위에 해당한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2020년 기준 49.6%로 30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로 주요 5개국(미국‧독일‧프랑스‧영국‧일본) 평균치인 11.1% 대비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업종을 여러 개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 합의가 되면 개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 두 개 업종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줄곧 단일임금을 적용해왔다.

15일 오전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치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법으로 보장돼 있으며,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있으므로 여러 상황을 감안해 심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근로자단체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업종별 차등적용은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는 업종에 상관없이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이 낮게 결정되는 업종은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혀 차별받거나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노동계는 민주당 측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한편, 현행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하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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