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론스타 봐주기 국정감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기두 기자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론스타 봐주기 국정감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기두 기자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한국과의 질긴 악연이 올해로 끝이 난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최종 결론만 남은 가운데 손해배상금액만 총 6조 원에 달하는 만큼 결론이 어떻게 나든 취소 신청 등 불복 절차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당초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5조 원 규모였으나 최근 환율이 상승하면서 소송 규모는 6조 원대로 커졌다.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론스타에 대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인 과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새 정부 ‘리스크’ 부상할 듯

 론스타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소송이 9월경 결론이 날 예정인 가운데 새 정부의 정치적 리스크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 매각을 끝내고 한국을 떠난 시점은 이명박 정부 때로 여야가 ‘네탓 공방’을 펼칠 수 있어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장들이 론스타 사태와 연관이 깊다.

당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가 금지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통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넘겼다는 비판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또한, 론스타가 2012년 거액의 차액을 남기고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을 때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추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매각에 대해 “당시로 돌아가도 그 시장 상황에 있었으면 아마도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무조정실장으로서 론스타 ISD 대응 태크스포스(TF)를 총괄할 때 론스타가 무자격이라는 논점을 포기해 소송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일부러 피했다”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사진=총리실 제공)
(사진=총리실 제공)

한덕수 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총리가 론스타에 유리한 발언을 내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한국 사회가) 외국 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2014년 3월 2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한 증인 서면 답변서에서 “한국 사회의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하다(too strong)’,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그리고 언론 모두가 지나치게 국수주의적(all far too nationalistic)이라 문제다’라고 적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론스타 측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정부의 요청으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한 바 있으며, 국익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또 ‘론스타 헐값매각’ 논란에 대해서 그는 “매각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였고, 외환은행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했다”고 언급했다.

◇ ISD 전담 인력 육성 필요해

론스타와의 소송 이외에도 승소 가능성이 미지수인 대형 ISD는 3건이나 더 남아있다.

남아있는 ISD 중 소송액이 가장 큰 것은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제소한 건이다.

미국계 해지펀드인 엘리엇 측은 지난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 달러(약 1조75억 원 규모)의 국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에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됐고, 이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고 또한 몰수 수준의 합병이 없었을 경우 삼성물산의 가치 상승으로 엘리엇이 장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미국계 해지펀드인 메이슨캐피탈 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2위 승강기 제조사인 스위스 쉰들러사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3억 달러(약 3900억 원) 규모의 ISD를 제기한 바 있다. 쉰들러 측은 2013~2015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당시 유상증자와 전환 사채 발행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뤄졌는데도 금융감독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ISD는 소송을 치르는 데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고, 패소하면 이보다 더 큰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므로 전담 인력 육성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아직도 ISD 사건은 정부에서 민간 로펌에 맡겨 대응하는 실정”이라며 “국제분쟁에는 금융‧산업‧통상‧법무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정부가 전담 인력을 육성하는 등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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