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동료 기만한 문재인정부, 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과 같은 위험한 환경속에서 낙탄을 치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공=청년전태일 재단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동료 기만한 문재인정부, 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과 같은 위험한 환경속에서 낙탄을 치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공=청년전태일 재단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7개월을 맞았지만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며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강화된데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시공사에 도급사업에 대한 안전 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 것이다.

문제는 법이 아무리 강화돼도 산재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손보겠다고 밝히고, 국민의힘이 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라고 맞서고 있다.

◇ 김용균법‧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위험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 몫

고(故)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새벽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숨졌다. 이를 계기로 2020년 1월 16일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시행돼 원청 사업주가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하청노동자가 숨지면 하청사업주와 똑같이 처벌하도록 했다.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막상 김용균씨가 사망한 발전소 업무는 도급금지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됐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강력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나오게 됐다.

중대재해법 시행되고 사흘 만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20m 높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산재 사망사고 비중이 가장 큰 건설업계에서 발생한 첫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은 3일 오후 2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앞에서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은 3일 오후 2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앞에서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37건이 입건됐고 삼표산업을 비롯한 10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사고 이후에도 여천NCC 열교환기 폭발사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고,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사고 등이 법 시행 이후 발생했다.

산재 사고가 잇따르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하다. 노동부는 법이 시행되고 지난달 말까지 발생한 85건의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했고 12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성산업 한 건에 대해서만 최고 책임자를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경영계는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처벌이 경영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며 수정과 보완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전문 인력 부족과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중소제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법 준수 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 53.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은 크게 나타났다. 50~100인 기업 60.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도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해 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건설 업계 노동자는 “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위험이 도처에 있다”며 “법 시행으로 인한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고 안전은 오로지 노동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 정부-여당,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

정부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친기업 기조를 유지해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비전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 / 남기두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비전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 / 남기두 기자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7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이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경영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부응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중대재해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지난달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법무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CEO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확보조치를 했다면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론에 떠밀려 ‘졸속 입법’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에 힘을 보탰다.

시행령 개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부, 법무부 등 6개 부처에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는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통해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이 본래 목적한 산업 및 시민 재해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에서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와 개정안 통과까지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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