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철강업체인 동국제강에서 최근 5년간 5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업 현장에서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 동국제강 ‘중대재해 다발사업장’ 원인은

지난 3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30대 하청 노동자 A씨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A씨는 크레인 작업을 하는 도중 벨트에 몸이 감기는 사고에 노출돼 숨졌다. 동국제강 협력사 소속인 A씨는 동료들과 고철을 옮기는 천장 크레인을 수리·정비하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동국제강에서는 지난해 2월 50대 근로자가 철강 코일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회사는 원점에서 안전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으나 불과 11개월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몇 년간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5년간 5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국제강은 중대재해 다발사업장이다. 포항공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정기 감독에서 23건 위반 사실이 적발돼 2800여 만원의 과태료를 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위험한 근무 환경으로 산업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건설, 기계, 철강 등 업계에선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은 장치 산업인 만큼 한 번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특성이 있다.

지난 3월 사망 사고 당시 원청인 동국제강은 작업 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를 두지 않았고, 작업계획 및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라 작업자 배치와 작업이 이뤄져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리 작업시 지상 신호수를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수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이를 평소에 관리‧감독하지 않았으며, 수리 전에 기계 오작동을 막기 위해 설비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기본적 안전 원칙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대재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원청 동국제강의 대응이다. 안전조치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 발생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음에도 당시 동국제강은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수진 의원은 “동국제강이 크레인 보수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사고 책임을 회사에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사측과 숨진 노동자 유족측은 지난 4월 18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8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합의에 이르렀다.

동국제강은 장세욱·김연극 대표이사 명의로 회사 홈페이지에 합의된 사과문을 일주일간 게시하고, 우발적인 사고를 막는 전원 차단 시스템(ILS)을 설치하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또 유족에게 민사배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하기로 했다. 합의서 체결 이후에는 양측이 신의성실 원칙에 따르기로 했다.

앞서 유족 측은 △동국제강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족에 정당한 배상 △협의 대상서 사측의 형사책임 면책 내용 배제 등을 협상 원칙으로 내세웠다.

동국제강 측은 이날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 안전조치를 준비해 또다시 회사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자원을 투입해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안전 예산 2배 늘려…근본 대책 마련 필요

올해 동국제강은 총 401억 원을 안전보건 부문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166억)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안전시설 투자금을 총 237억 원으로 올려놓았다. 이는 위험‧노후 설비의 전수조사 실시, 위험도에 따른 설비 교체를 위해 투입된다. 또한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86명 규모였던 안전보건 관리자를 98명으로 늘리고 모든 협력사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도 추진한다. 연내 블루투스 기반 스마트밴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부산과 인천 공장 등 현장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는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책에 “매년 1명씩 사망사고가 난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는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다시금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모든 안전 시스템을 재구축할 것이고 중대재해가 없는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잇따른 산재사망 사고는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로 인한 결과로, 노동자 차별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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