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 과정에서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남기두 기자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 과정에서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남기두 기자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지역 사회로 자립시키는 이른바 ‘탈(脫)시설’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이 당사자와 가족의 돌봄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예산을 늘릴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복지위는 관련 복지부 예산 증액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한 편성안을 내놓았다.

◇‘탈시설’ 계획…찬반 논란

‘탈시설’은 쉽게 말해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보호시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에 제출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에서 탈시설은 ‘장애인이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탈시설화 정책이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나온 뒤 15년이 지나서야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장애인 보호 시설은 줄이고 신규 시설 개소는 막는 방법으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잇달아 발생해서다.

많이 알려진 사건으로는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장애인 감금‧폭행‧강제노역 사건이 대표적이다.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제8회 지방선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현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제8회 지방선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현 기자 

또한,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2005년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으로 시설 장애인의 인권침해가 폭로됐고, 2009년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시작된 투쟁으로 탈시설 운동이 본격화됐다.

당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은 회계부정과 시설 장애인의 감금·폭행이 발생했다.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지만 탈시설에 대한 의견은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탈시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이 장애인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애인 시설 거주 여부가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 제공됐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법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는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동참 조항을 보더라도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박숙경 경희대 교수는 “모여 있는 곳 안에서 여러 가지의 한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매일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자극들이나 자유로운 일상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데 그런 자극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전체적으로 사회통합 활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동생이 발달장애인인데 지금 있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있었더라면, 자립을 원하고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시설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탈시설 지원법은 시설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면, 탈시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탈시설 정책 추진은 가족에게 돌봄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오히려 장애인 시설보다 가정에서 인권침해가 더 많이 나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박 돌봄’을 우려한 가족들의 반발도 있다. 지난 6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을 앞두고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탈시설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단체 삭발식을 감행했다.  / 남기두 기자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단체 삭발식을 감행했다.  / 남기두 기자 

이들은 장애인보호시설의 환경을 더 개선하고 다양화해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체장애인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탈시설 후 자립에 성공한 인원은 28% 밖에 안 된다”며 “70%가 넘는 장애인들이 연고자에게,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졌거나, 다른 장애인 시설로 옮겨졌거나 사망했다”며 탈시설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어떻게든 시설에라도 의존해보려고 시설에 입소 신청을 해놓고 대기하고 있는 가정이 5000가구가 넘는다”며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설들을 폐쇄하고 신규 입소를 금지하는 바람에 부모들이 어려워진 것을 알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복지부, “탈시설, 시설 폐쇄 아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장애인은 탈시설을 원한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복지부 주도의 일방적 탈시설에 제동을 걸었다. 거주 시설에서 퇴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장애인이나 가족의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 612개소 입소자 2만421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탈시설을 원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총 2021명으로 전체의 8.3%에 불과했다.

5일 국회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장애인가족에게 부양의무 떠넘기는 탈시설 정책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두 기자 
5일 국회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장애인가족에게 부양의무 떠넘기는 탈시설 정책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두 기자 

그러나 복지부의 로드맵에는 “(탈시설 욕구)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 33.5%”라고 밝혔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 6035명에게만 탈시설 욕구를 묻고 ‘그렇다’고 한 2000여명의 의사를, 전체 조사 대상인 2만여명 기준(8.3%)이 아니라 의사소통 가능한 6000여명 기준(33.5%)으로 한 것이다.

조사 대상 2만여명 가운데 98.3%는 중증장애인이었고, 71.5%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의 장애인들이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탈시설이 곧 시설 폐쇄는 아니라며 집단 거주시설을 소규모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탈시설을 반대하는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해 탈시설 대상 선정시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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