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매번 수많은 가게들이 새로 들어섰다가 또 수많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자영업종의 5년 내 폐업률은 약 70~80% 선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자영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이 힘들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이해를 위해서 당신이 옷가게를 차린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원래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옷도 잘 입고 다니는 편이고 감각과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의 가게에 있는 상품들은 당신의 안목을 그대로 반영한 아주 좋은 상품들과 멋진 디스플레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손님들에게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추천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가게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반대로 당신이 정말 그 누구도 구제하지 못하는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하자.

당신이 색감도 없고 안목도 없는데 가게를 차린 경우라면 당연히 당신이 골라 진열한 상품들은 그저 비싼 옷과 안 비싼 옷일 뿐이며 디스플레이 또한 형편 없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이런 가게라면 그 누구도 들어가기를 꺼릴 것이며 들어갔다가도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가게를 빠져나가기에 바쁠 것이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여기서 후자에 해당한다.

상품과 트렌드, 시장을 읽는 안목과 경험이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상당수의 가게들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왜 그런지는 통계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시기와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계청의 자영업 진입자의 직전 직업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자가 된 비율이 약 50-55%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자영업자의 최대 공급처는 바로 임금근로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자가 되는 사람들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30대와 40대가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편이다.

은퇴를 눈 앞에 둔, 혹은 은퇴 세대인 50대 이상 또한 25%로 적지 않은 비율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직장 생활 잘 하다가 갑자기 나의 미래는 자영업이라고 생각해서 창업으로 나선 것일까?

20대나 직장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밟기 시작하는 세대인 30대의 경우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의 55%를 차지하는 40대 이상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라 보기는 어렵다.

미혼이나 아이가 없는 가정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30대 이하 세대와는 달리 40대 이상 세대는 대부분 기혼에 육아와 교육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의 중요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이들은 직장 안팎의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개인의 커리어를 지속할 수 없게 되어 자영업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한 현실에 비해 사업 준비기간은 너무나도 형편없이 짧다. 자영업자들의 사업 준비기간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3개월 미만이 51.4%를 차지하며 6개월 미만까지 포함할 경우는 무려 73%가 넘는다.

대부분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와 전혀 관계 없는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하며 거기에 자신의 소중한 자산과 향후의 미래 소득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기간이 반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구직 준비에 들이는 기간만 평균 10개월임을 감안하면 6개월도 안 되는 사업 준비기간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반년도 안 되는 시간 정도로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상품과 상권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까?

평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면 그만큼 축적된 감각과 안목이 있기에 실질적인 준비기간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관심하게 살다가 자영업을 해야 할 상황이 되어서야 겨우 들여다 볼 뿐이다.

옷도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본 사람이 옷을 잘 아는 것처럼 자영업의 근간인 내수소비도 그만큼 많은 소비를 해보며 관찰을 해야 안목과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이 점에서 뒤늦게 자영업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우리나라는 소비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러한 분위기가 익숙하기에 축적된 소비의 경험은 젊은 세대와 큰 격차를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첫 번째 불리한 점이다.

두 번째는 익숙한 것을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인간의 특성이 고연령 자영업 진입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익숙한 것을 좋은 것이라 여기는 것은 사실 인간의 공통된 특성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젊을 때에 비해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가 더 쉽다.

취향과 트렌드가 늘 급변하는 소비시장에서는 바로 이 점이 트렌드에서 다소 뒤쳐진 생산자로 머물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고연령 진입자의 유리한 점이라 할 수 있는 좀 더 여유있는 자본이 우위를 상실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통계와 사실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매우 힘든 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단기간 내 폐업률도 매우 높다.

그러나 자세히 파고 들어가보면 단기간 내의 그 높은 폐업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를 거는 일이라면 결코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나의 수준이 평균적인 소비자들의 수준보다는 나아야 더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더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진입 연령이 높을수록 더 많은 준비와 공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장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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