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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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11일 재판에 넘겨진다.

그는 71년 헌정사를 통틀어 직무 관련 혐의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첫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을 함께 재판에 넘기고 이미 한 차례 추가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3차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는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40여개의 범죄사실이 담길 전망이다. 주요 혐의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법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 대부분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100여명 안팎의 전·현직 법관을 조사해 다른 관련자들로부터 충분한 진술과 물증을 확보해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을 재판에 넘긴 다음, 의혹에 연루된 고법 부장판사급 판사들과 실무에 가담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기소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뇌부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행한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는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재판거래 의혹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당시 법원행정처에 재판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가 예정됨에 따라 검찰의 사법부 수사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는 유례없는 수사인 탓에 일부 법관들의 거센 반발과 잇단 영장 기각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전직 사법부 수장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8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검찰은 이달 중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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