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 상부 압박에 부정행위" VS "일부 일탈"…檢-이재용, 치열한 공방
-11일 서울고법 항소심 공판 현장서 양측 입장 팽팽 -결심공판서 '합병비율 보고서' 활용 여부 집중 점검 -1심 무죄 결과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여부 '글쎄'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의 법정공방이 치열하다.
1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 현장.
검찰과 이 회장 측의 공방은 각각 2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검찰은 "삼성증권 PB(프라이빗 뱅커) 직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결권 확보 작업이 합법적이었다는 피고인들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삼성증권 직원들은 일부 주주들을 3번 혹은 5번씩 찾아가는 등 합병 찬성을 위한 의결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정거래 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일부 직원들이 이처럼 부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것은 찬성 의결권 확보 실적을 지점평가로 삼으려고 하는 등 미래전략실 등 상부에서 실질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적법한 찬성 의결권 확보 활동을 위해 법률자문을 받아 미리 대본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적극 나선 것에 대해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PB들의 의결권 위임장 권유 부분에 대해 다소 규칙 위반이 있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부정행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았다.
이어 "위임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5번씩이나 찾아가는 등 현장에서 대본대로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지점별 현황을 평가에 반영하려다 언론에 보도되자 중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 변호인은 "사실 PB들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잘 모른다"며 "검사들도 잘 모를 것이다. 워낙 주주들이 많아 조사가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삼성 변호인은 "삼성물산 IR직원과 삼성증권 PB직원들이 연결하도록 하는 것인데 누구도 모르게 일탈행위가 있었을 것 같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스크립트 대로 하라고 지시했던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PB들의 행위 등 부정행위를 보면 무리한 합병을 위해 유력한 주주를 직접 접촉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KCC, 국민연금, 메이슨, 블랙록 등 주주들에게 접촉해 합병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보고서'가 해외 주주들에게 적극 활용한 점을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해외 주주통신문을 보면 주주나 관계자들에게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안진은 외부 유출을 걱정하기도 한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종합변론에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결심공판을 갖고 양측의 종합 변론 후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 변론도 듣는 것으로 정리를 할 예정이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은 결심공판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이 내놓은 자료와 주장이 재판부에서도 일부 수긍하고 있다는 점은 이 회장에게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과 달리 2심은 정말 한치 앞을 예상하기 매우 어려운 정도"라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1심의 결과(무죄)가 그대로 나온다고 장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