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이마트, ‘6개월 쪼개기’ 기간제법 회피 의혹…노조 개입 논란까지

-6개월 계약·6개월 공백 후 재고용 구조 -최근 5년간 1만3956명 고용보험 상실…“법 빈틈 악용한 편법” -민주노총 탈퇴 압박 정황도 제기

2025-11-21     남기두기자

 

30일 강인석 이마트 본부장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남기두 기자 

 

이마트의 기간제 노동자 운용 방식이 또다시 국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뒤, 추가 6개월 연장 후 6개월 공백을 두고 다시 고용하는 이른바 ‘6개월 쪼개기’ 구조가 사실상 기간제법을 우회하기 위한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국회는 이를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파고든 편법 고용”이라고 규정했고, 고용노동부도 “같은 근로자를 반복 재고용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이마트의 고용 구조를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 / 이마트 사진 제공

 

당초 증인으로 채택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대신 강인석 이마트 지원본부장 겸 노사협력담당이 증인으로 나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이마트의 계약직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고용보험 상실 자료를 제시하며 “최근 5년 동안 계약 만료로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한 인원이 1만3956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

 

정 의원은 “이마트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고, 6개월간 의도적인 공백을 둔 뒤 다시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법에 규정된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년 전환 의무 피하려 고의적 공백…노동자 소모품 취급”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 이마트 기간제법 의혹 자료가 공개됐다./ 남기두 기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에서는 지난 5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 1만3956명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고용보험을 상실했다. 연평균 약 2800명에 달하는 인력이 매년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이마트의 기본 고용 구조는 6개월 계약을 체결한 뒤, 6개월 연장 근무를 거쳐 그 이후 6개월 이상 공백을 둔 후 재계약을 진행하는 방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기간제 계약직으로만 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동일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실제 근무 기간을 1년 안팎으로 제한하고, 몇 개월간 고용 공백을 두는 방식으로 법적 전환 의무를 피해 왔다는 것이 국회의 판단이다.

정 의원은 “기간제법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며 “노동자를 사실상 소모품 취급하면서 매년 2000명 이상을 신규 인력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의 6개월 기간제 사원 비율은 9.55%로, 코스트코(0.38%), 롯데쇼핑(4.95%), 홈플러스(6.37%) 등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동종업계 가운데 기간제 비정규직 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문을 연 마곡·구월 트레이더스 매장에서는 계산원 직종이 전원 기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장 전체 업무 중 약 35% 이상이 기간제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2017년 이후 이마트 정규직 인력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그 빈자리를 기간제·단시간 노동으로 채우는 방식이 사실상 일상화됐다”고 밝혔다. 셀프계산대 도입 이후 캐셔 인력이 37% 이상 감축된 데 이어, 신규 점포에서는 아예 캐셔 전원을 기간제로 채용하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구조 문제는 단순히 고용 불안정 문제를 넘어 재정 부담으로도 연결된다. 계약 만료로 매번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청구해야 하고, 이는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정 의원은 “기업이 절감한 인건비가 고스란히 국민 세금 부담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재해 위험 증대도 우려 대상이다. 인력이 지속적으로 교체되면 신규 근로자의 안전 숙련도가 떨어지고, 기존 인력의 업무 강도는 높아져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계속되는 인력 교체로 산재 위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강인석 이마트 본부장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남기두 기자

 

이에 대해 강인석 지원본부장은 “온라인 시장 급성장 등으로 유통업계 경영 환경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간제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는 경영상 이유가 법적 책임을 상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6개월 단위 해고·재고용 구조를 개선해 안정적인 고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16일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두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같은 근로자를 반복 재고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할 경우 사업장 지도·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특정 노조 밀어주기·민주노총 탈퇴 압박 의혹도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이마트의 노조 활동 개입 의혹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정혜경 의원은 이마트가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문제의 성격이 단순 인사관리 수준을 넘어 노동기본권 침해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영상 자료에는 이마트 관리자들이 근로자들에게 특정 노조 가입을 권유하거나 사실상 강요하는 정황,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이는 회사가 노조 조직 과정에 직접 개입해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혜경 의원은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전환 배치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회사 측이 민주노총 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그런 인식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온 정황”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제시한 과거 사례에는 당시 노조원 자택을 찾아가 노조 탈퇴를 압박한 정황, 노조 간부가 참여한 기자회견장에 책임 관리자가 직접 나와 현장을 감시하던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자료에는 2004년 당시 인사노무 관리 책임자였던 강인석 본부장이 등장해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정 의원은 “(강 본부장이) 이마트 인사노무 관리 책임자로 복귀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적 부당노동행위가 얼마나 관행화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강인석 본부장은 “현재 이마트에는 6개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으며, 교섭대표 노조뿐 아니라 소수 노조도 불만이 없도록 균형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마트가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질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남기두 기자

 

안호영 위원장도 “노조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의원은 국정감사 마지막 발언에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1등 기업’이라는 이마트가 헌정 질서를 훼손하고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이마트는 즉각 기간제 고용 남용을 중단하고 왜곡된 노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정부의 노동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유통산업 전반에 확산된 비정규직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마트 사태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본사 전경. (제공=이마트)

 

이마트 측은 알티케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유통업계는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경기 둔화 등으로 경영 환경의 변동성이 한층 커지고 있어 이러한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을 뿐, 법을 회피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마트 측은 “당사는 유통업 특성상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 모두에게 근무시간에 따른 비례 처우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며 “일부 제기된 노조 가입 강요나 조합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로 확인된 바 없으며,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면밀히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