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나이키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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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영웅의 등장’을 고대한다.

마침내 영웅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영웅의 몰락’을 즐긴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미묘한 심리다.

그리고 사람들이 결국 고대하는 바는 ‘영웅의 귀환’이다. ‘몰락한 영웅’이 마침내 귀환했을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는, ‘영웅이 등장하여 세상을 평정한 후 믿기 힘든 몰락의 길을 걷고, 결국 다시 영웅의 자리로 등극하는’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 나이키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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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맞다면, 이번 주 PGA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스토리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가 선명해진다.

타이거 우즈야말로 골프로 세상을 평정한 뒤 믿기 힘든 몰락의 길을 걸었고, 마침내 영웅의 자리로 귀환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30일 미국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주 주피터 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음주운전 혐의 때문이었다. 구치소에서 찍힌 우즈의 사진이 대중에게 공개됐을 때, 도저히 ‘타이거 우즈’라곤 믿겨지지 않는 그 흐리멍텅한 사진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의 골프 인생은 저기서 끝이구나’라는 마음을 먹었을 거다.

2009년 11월,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공개된 그의 성(性) 스캔들, 2013년 8월 PGA투어 우승을 마지막으로 골프와는 거리가 멀어진 그의 찢어진 인생이 이렇게 방점을 찍는구나, 싶었을 거다.

당시 난 ‘그래, 어디 망가질 수 있는 만큼 마음껏 망가져보라지’라는 못된 심보로 그를 바라봤다.

2017년 11월, 그는 세계랭킹 1199위라는, 믿기 힘든 순위에 떡 하니 자리했다. 타이거 우즈와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그 순위표는, 당시 타이거 우즈와 묘하게 어울렸다.

‘그냥 그렇게 골프계를 완전히 떠나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였을 정도니…

조금 시야를 넓혀 ‘골프’가 아닌 ‘스포츠’로 눈을 돌려보자.

스포츠 스타는 그 어떤 영역의 생활인들보다 투명하게 삶이 공개된다.

사진제공 / 나이키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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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연봉이 공개되고,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성품’이 드러난다.

적당히 관리할 수가 없는 거다. 누군가는 그들을 보며 ‘저 정도 연봉 받으면 평생 걱정 없이 살겠군’ 하며 삐뚤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돈 그 이상의 의미’에 인생을 걸며 살아간다.

‘거대한 수입’이 반드시 삶의 질로 연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부상이든 스캔들이든, 스포츠 스타들의 삶에는 여기저기 지뢰들이 깔려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타이거 우즈를 바라봤을 때, 그가 ‘스캔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10여 년 간,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그가, 무려 43세(1975년생)의 나이에 다른 대회도 아니고, 미국프로골프투어(PGA)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거다.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키고 우승이 확정된 후 환호했던 타이거 우즈의 퍼포먼스는 그리 세련된 느낌이 아니었다.

특유의 어퍼컷 세레머니도 아닌, 무척이나 투박한 퍼포먼스였다. 그 퍼포먼스에는, ‘언젠가부터 우즈에게 간절해진’ 우승을 향한 그의 마음이그대로 담겨 있었다.

영웅의 귀환이었고, 팬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얼마나 영웅의 귀환을 갈망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영웅이 귀환하자 다른 영역의 ‘유명인’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 오바마 전 대통령, 국민타자 이승엽, 골퍼 박성현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영웅의 귀환’에 박수를 보냈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거나, 전성기를 지났거나, 전성기를 갈망하는 자들에게 타이거 우즈의 ‘귀환’은 분명 강렬한 영감을 주었을 거다.

전성기를 지난 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자들에겐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전성기를 갈망하는 자들에게는 ‘전성기의 참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우즈가 던진 영감은 다양한 필터를 거쳐 전 세계로 스며들었다.

적어도 이번 한 주 우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모티베이터’였던 거다.

우승을 차지하고 인사를 나누며 모자를 벗은 그를 봤을 때 난 ‘이 선수가 언제 이렇게 늙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듬성듬성 나있는 그의 머리를 보며 ‘세월의 무게’ 혹은 ‘고통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황제가 귀환했다. 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황제의 귀환인 셈이다.

세련된 느낌으로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던 황제가 아닌, 희로애락을 온 몸으로 경험한 ‘노련한’ 황제의 귀환이다.

마이클 조던은 현역시절 두 번 컴백했다. 첫 번째 컴백 후, 시카고 불스를 챔피언 3연패로 이끌었고, 두 번째 컴백 후에는 전성기 때보다 많이 떨어진 폼으로 농구 자체를 즐겼다.

우즈는, 조던의 첫 번째 컴백과 두 번째 컴백 중간쯤에 위치한 느낌이다.

돌아온 골프 황제는, 어떤 길을 내며 걸어갈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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