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봤다.어릴 적 서로 좋아했던 짝꿍 나영과 해성은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다가 마침내 뉴욕에서 24년 만에 재회를 한다.해성은 이미 결혼한 나영에게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났다면 결혼을 했을까? 아이는 있었을까? 서로 행복했을까? 라는 회한 섞인 물음을 던진다.스토리는 단순하고 진부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이것은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끔씩 기억의 상자에서 첫사랑을 끄집어내어 그리워한다
발아래 시체가 가득하다땅만 보고 걷지 않았으면알아챌 일도 없을 텐데최재원,「걷기」전문걷기를 좋아하시나요? 인류 역사는 두 발 걷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걷기는 손에게 자유를, 포식자로부터 도망을, 커진 뇌에 현명함을 선사했습니다.걷기는 인간 유전자에 새겨진 최고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탐험가 엘링 카게는 아무런 장비 없이 오직 걸어서 지구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했습니다.고독한 산책자 루소는 평생 자연 속을 걸었고, 시계 같았던 칸트의 산책은 그의 문장처럼 정확했습니다.세속 도시를 유령처럼 배회했던 보들레
지난 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하극상 논란이 있었다.어릴 때 이미 축구 신동으로 이름이 알려지며 일찍 재능을 꽃피웠던 슛돌이 이강인 선수가 대표팀의 맏형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이라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거나 유명해지면 불행해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타고난 재능이 일찍 빛을 발하거나 금수저로 태어나 초년에 인고의 고통이 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이들 소년등과들의 가장 큰 병
저녁에게는 말을 아끼자 그 대신 빛을 풀어놓자 내 안에 꽁꽁 묶여 있던 빛, 어둠이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달이나 해를 떠올릴 수도 없는, 어떤 말의 모습을 한 저녁에게는 넓은 백지를 하나 던져주자 그러면 백지의 옷을 입고 수많은 빛을 퉁겨내겠지 퉁겨낸 빛이 어떤 말을 하겠지저녁에게는 한 번쯤 울어주자 그 대신 사소한 질문은 하지 말자 저녁이 저녁답게 어두워지도록 그냥 내버려두자 저녁을 향해 뒷산의 갈대들을 조금씩 흔들어주자 갈대를 흔들어 붉게 충혈된 산자락의 눈시울을 달래주자저녁에게는 한밤중이나 새벽을 물어보지 말자 새벽이 감추어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은“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 이에 대해 여러 갈래의 길을 찾아가는 정아은 작가의 책이다.그러게나 말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 문장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사랑이 무슨 질병인가?’ 였다. 사랑이라면 뭘 지키고 말고 할 것 없이 그냥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했던 거다. 하지만 그건 1인칭의 경우다.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했다.‘만약 내 딸이라면 앞 뒤 가리지 말고 무작정 사랑에 뛰어들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우리가 살아가고
정동식 K리그 심판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저자는 현재 K리그 1부리그 심판이자 환경공무관으로 일하면서 '김민재 선수와 닮은 심판'으로 널리 알려졌다.저자는 어릴 적 축구선수였던 그가 40대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심판이 되기까지 자신을 다잡고 버티게 해준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소개한다.그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힘을 키운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쉬운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은 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온 그만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전한다.특히 축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1년 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며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이들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장기간의 전쟁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애꿎은 시민들뿐이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군 3만1천 명이 사망했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3만 명, 부상자만 7만 명에 육박한다. 매일이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이들 국민들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울부짖는다.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나 다름없다. 전쟁을 안 할 수는 없을까? 없다. 인간의 마음은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사태'를 겪으면서도 얻은 교훈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장기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이번에도 주먹구구식으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축구협회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내달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직 K리그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전력강화위가 이를 고려하
지난달 아시안컵 4강전에서 대한민국은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요르단에게 힘없이 무너져 충격을 줬다. 그런데 시합전날 선수들 간의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선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탓만 하다가 결국 경질됐다.남송의 명장 단도제(檀道濟)가 썼다고 하는 병법 ‘36계’에서는 ‘격안관화(隔岸觀火)’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전쟁에서 적군과 아군의 세력이 비슷할 때 쓰는 계략으로 적에게 내분이 일어나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끼어들지 말고 지켜보라는 뜻이다.손자병법 화공(火攻)편에서도 “불
30년간 무사고의 한 택시 기사가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과정에서 5m가량 음주운전으로 개인택시 면허가 취소됐는데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A씨는 지난 1992년 2월 택시운송 사업면허를 취득해 30년간 개인택시 운행을 했다. 이후 2020년 4월 근무가 없는 어느 날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려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GPS 위치 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5m 운전해 이동시켰는데 당시 A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205%를 보였다.이
2월 14일 대한민국과 쿠바는 전격적으로 수교했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듯 바로 다음 날, 기시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다.그리고 북한 주재 외교단과 무관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간은 중국에 이어 소개하던 쿠바 대사의 이름을 빼고 소개했다. 쿠바는 북한에게 어떤 의미였던 것일까?냉전기 국제정치에서 북한과 유사한 처지를 가진 나라는 베트남, 쿠바 두 나라였다. 모두 사회주의를 국가이념으로 했고, 강대국이 아니었다.특히 미국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추구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래서 북한
문단에서 유일하게 코미디 소설가로 활동하는 우희덕 작가가 신작 '캐스팅'을 출간했다. 2018년 '러블로그'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코미디 장르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던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캐스팅을 통해 작가는 도시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반추한다. 기존의 마니아적인 코미디에 현실감각을 더한 트래지코미디를 선보인다. 희극적이면서도 진중하게 코미디 문학의 지경을 확장한다.소설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피디가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겪으면서 꿈을 이뤄가는 것을 다룬 것으로 특유의 언어유희로
실제로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였을 때 만약 이를 거부했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죄로 처벌될까.음주단속 경찰의 음주 측정에 불응하면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죄로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만약 실제 시동을 걸고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음주 측정 요구를 했을 때 만약 이를 거부했다면 음주 측정 거부죄로 처벌될까.오늘은 이에 대한 실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A씨는 지난 2014년 2월 충남 당진의 한 공터에 주차된 B씨의 자동차에 앉아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지켜온 생명, 우리의 삶은 그들의 저물지 못한 숱한 밤 속에서도 지켜져 왔다. 뜨거운 이마에 물수건을 대어준 보살핌의 손길이, 첨예한 국경과 어둑한 골목길을 살피는 발걸음이, 짓눌린 스프링처럼 앉아있다가도 당장 튀어 오를 듯 대기하는 대원들과 터진 둑을 한 몸 받쳐 저항하는 의료진들의 재난급 현장까지. 그러나 이제 그들은 사라졌고 또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국가의 모든 체계는 도미노 블록 같다.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져 좀처럼 손을 쓰기가 어렵다. 아슬아슬하더
택시 기사가 차선 변경 시비로 택시에 어린이 승객이 손님으로 탑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택시 기사에게 일정 시간 협박에 아까운 욕설을 했다면 이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죄에 해당할까?오늘은 이에 대한 실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택시 기사인 A씨는 2022년 4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도로에서 택시 차량을 운전하던 중 다른 택시가 자신의 차량 앞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에 화가 났다.이에 경적을 울리며 해당 택시를 멈춰 세운 뒤 택시 기사에게 협박에 가까운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B씨와 그
유난히 의무와 임무를 지키고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이 있다. 법조인, 정치인, 의료인 그리고 군인 등이 그렇다. 본 직업의 참된 역할과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희망에 가득 찬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일들은 엄중하고 투명하게 다뤄져야 한다.그 봄날, 그 군인들이 본 직업의 의무대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집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러운 야욕과 탐욕에 멀어버린 두 눈에 정의란 길잡이가 있었더라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축제가 돼야 할 대한건설협회 선거가 각종 의혹 등이 난무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칫 부정한 선거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선다. 명색이 국내 최대 건설단체의 중요한 행사인데 어떻게 각종 의혹 제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도 숨길 수 없다.현재 김 회장을 비판하는 후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중심에는 김상수 건설협회장이 있다.김 회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함과 동시에 다른 후보들의 선거 관련 활동을 막았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후보 등록 추천서를 확보하지 못하도
단순한 삶을 생각한다. 장식과 양식을 걷어낸다. 팽팽하게 이어진 관계를 느슨하게 풀어놓고 본질에 집중한다.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줄곧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주제다. 사람이라는 단어에서 중복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응축하면 삶이 될까.삶이나 인생처럼 도무지 쉬이 정의 내리고 정리할 수 없는 것엔 사람이 우겨져 있는 것만 같다. 말린 미역을 물에 담아 불리듯, 삶을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담가 불려본다.짙은 색은 옅어지며 본래의 색을 찾는다. 곧잘 탁탁 부러지건만 금세 유연하고 탄성을 지닌다. 그제야 본 모습이 보인다. 사람과 인생을 시간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일정 혈중알콜농도 이상의 음주 상태에서 일반적인 차량이 아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경우에도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고 면허 정지 또는 취소라는 행정처분까지 받게 된다.그런데 만약 전동킥보드의 경우 면허 정지 또는 취소라는 행정처분의 대상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이유로 구제받을 수 있을까?오늘은 이에 대한 실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A는 2022년 5월 24일 오후 10시경 혈중알코올농도 0.11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청주시 상당구 노상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했다가 적발되어, 충북경찰청장으로부터 제2종
황당하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을 개편하겠다고 나선지 16개월 만에 내놓은 개편 내용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현행 주 52시간제 개편을 예고한 뒤 내놓은 결과물은 업종에 따라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정부는 13일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주 52시간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자 국민 의견에 따를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이것을 미리 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이제 와서 한 발 빼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