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kbl 제공
하승진 /kbl 제공

신장 221cm 하승진이, 은퇴를 선언했다.

1985년생, 그러니까 올해 34살이 된 농구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는 건 크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다만, 그게 하승진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십 수 년 전, 한국농구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끌어온 엄청난 기대감과 즐거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우린 더 이상 하승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 적어도 농구 코트 위에선…

일상생활에서 2m가 넘는 사람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이 격돌하는 농구코트에 가면 2m를 넘거나 그에 가까운 선수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승진은, 2m 근처를 오가는 장신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장신이었다.

2m라는 거대한 높이에 21cm를 더하면, 하승진의 키가 완성된다.

그래서 하승진은 선수 시절 내내, 그의 ‘신장’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비됐다. ‘키가 정말 큰’ 하승진, 달리 말해 ‘거인’ 하승진.

그래서 이 칼럼의 시작도 ‘신장 221cm 하승진이 은퇴를 선언했다’으로 해보았다.

그가 자신의 SNS에 은퇴의사를 밝히며 남긴 바람이 하나 있다.

“KCC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는 타고난 체구 덕분에 그리 기민하지 않았고, 코트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지도 못하였다.

자유투에서 에어볼이 나올 정도로, 가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저 키로 저걸 못 넣나’ 싶을 정도로 센스 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유쾌하고, 누구보다 활력 있는 빅맨이었다.

 

아니, 사실상 그런 빅맨은 국내에서 하승진이 처음이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나라 빅맨들은 묵묵히 골밑을 지키는 모범생이거나, 골밑 몸싸움이 잦은 탓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빅맨들이었다.

하승진 역시 그 두 개의 유형을 종종 오갔지만, ‘전형적인 유형’에 갇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오직 ‘이미지’로 승부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소속팀 KCC를 3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시키며 2010-2011시즌엔 챔프전 MVP까지 따냈다.

2015-2016시즌엔 한 경기에 24득점, 21리바운드를 올리며 ‘20-20’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0은 국내 선수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렇다면, 대중이 읽는 하승진이 아닌 ‘대중을 향한’ 하승진의 생각은 어떨까.

KBS ‘악플 읽는 남자’에 등장했던 하승진은 그를 향한 ‘하봇대’라는 악플에 “예, 괜찮아요. 워낙 익숙해요”라며 “이런 팬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제가 선플로 바뀔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여유 있게 답했다.

그 후, 하승진이 던진 이야기 중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슛은 로망”이라는 대목이었다.

짠한 대목이었다.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타고난 신장이 있지만, 그 신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부여받지 못한 자의 아쉬움. 그래서 하승진은 늘 ‘가능성’이었다. 아니, ‘미완의 가능성’. 잠재되어 있지만, 그 잠재력이 완전히 꽃피우진 못한 선수.

그래서 1985년생 하승진의 은퇴가 더욱 아쉽다.

기억은 움직이는 생물이다. 팬들이 하승진을 기억하는 방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시간은 앞으로 충분히 남아 있다.

잠재력을 완전히 꽃피우지 못했다면, 하승진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품고 새로운 여정을 떠난 셈이다.

선수들의 삶은 현역 시절을 마치는 순간 완전히 새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은 길이든, 별로 좋지 않은 길이든.

그가 2016년 12월 19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를 하며 던진 말이 있다.

“저희가 계속 홈경기가 있는데요,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먹고 들어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이 다 여유있게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인터뷰를 진행하던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과 해설위원 현주엽은 능글맞게 이야기를 던지는 하승진의 입담에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하승진은 그가 가친 거대한 육체 때문에 그가 가진 수많은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은퇴 후, 하승진은 자신이 미처 발휘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을 제대로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난, 그렇게 믿는다.

우직하게 코트를 지켜온 하승진에게,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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