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은 올해 연초부터 '책임 전가의 달인'이 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남의 탓을 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잘 되면 내 탓'으로 돌리기 위한 심산인지 모르겠지만 국가의 수장이 너무 쉽게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을 언론 때문에 중단된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과 기자의 상호 협조 체제가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협조체제가 제대로 구축된 것인지 모르겠다. 현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선언하면서 만든 첫 작품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만큼 완벽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인지 궁금한 것도 부인하고 싶지 않다.

윤 대통령이 말한 협조체제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부담 △비판 보도에 대한 서운함 △언론과 충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으로 인한 오해와 갈등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 정도에 대한 각오도 없이 도어스테핑을 한 것일까.

대통령도 언론에 책임 전가를 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가 추상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기자가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기자와의 감정싸움에 실망했다', '기자가 당초 약속한 질문 범위에서 벗어난 질문을 해서 당황한 일이 많았다' 등 구체적으로 얘기했으면 분명히 윤 대통령이 말한 협조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협조를 언급한 것인지 두 번 눈을 씻고 세 번 읽어봐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없다.

그의 책임 전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노노 간 비대칭 구조"라며 "흔히 이를 이중 구조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착취 구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똑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이 크게 차이 나고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현대 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것들을 바로 잡는 게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바로잡아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친기업 마인드와 소속 정당에 대한 남다른 애착, 정치 초보 등을 고려하면 원·하청 근로자 사이의 격차 문제를 '일부 노조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그가 말한 원·하청 임금 문제 부분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원·하청 구조를 노조가 만들었는지 여부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하청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싶겠는가. 또 원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은 근로자가 있기는 한 것인가. 이런 차별을 노조가 만든 것인가.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노조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현대판 음서제인 고용세습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분명 환영받을 일이다. 노조도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는 "앞으로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이 많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자산·소득·교육의 불공정은 사상 최고조에 이르지 않았는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청을 포함해 특수고용, 민간위탁, 파견, 용역 등 불안정한 일자리만 확대되면서 'N포 세대', '출산 기피' 등의 현상이 속출하며 '헬조선'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이 모두가 노조 내 불공정이 만든 결과인가.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 우리 사회 어두운 단면을 후대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언론·노조 탓으로 재미를 봤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를 활용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대통령 스스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icon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RTK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저작권자 © 알티케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