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경제·노동 분야에서 강력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집회·시위와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에 그에 걸맞게 적극적인 집회·시위를 최대한 허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국회의 움직임은 아쉽기만 하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경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대통령실을 현행법상 집회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없다며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키로 했다.

경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대통령실 앞 집회를 막기 위해 항소를 할 정도로 적극 나선 적이 있었던가. 왜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적극 막는 것인가. 자의적인 집회·시위 제한은 명백히 위헌적이다.

경찰은 이달 1일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대통령실 집회를 금지했다. 이후 금속노조는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집회가 허용될 수 있었다. 물론 이 집회 역시 일부 제한을 받았다.

법원의 결정에도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쉽게 집회·시위를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일부 교통 등의 문제로 인해 불허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오는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 개최를 추진했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시가 광장 사용에 대해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라는 집회이다. 매우 의미있는 집회마저 불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낮잠만 계속 자고 있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은 해당 공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헌소원심판에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시위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침해의 최소성, 과잉금지원칙,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이들 장소에 대해서도 해당 공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집회·시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발의된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답답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집회·시위를 통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민주주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제한을 한다면 결국에는 국민의 입을 막아 억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빼앗는 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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