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민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파문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동맹국에서 국가 기밀을 도감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정부의 거짓 해명 의혹,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 등이 더해지면서 사태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김 차장은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수장이 있는 곳에 대한 도감청 자체가 불법이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사안인데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악의를 가지고 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선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한 것인지 역시 궁금하다. 물론 국가 기밀이 쉽게 넘어가는 상황에서 악의인지, 선의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한 것이지만 김 차장의 발언에서는 최소한 그런 느낌조차 받을 수 없었다.

미국이 도감청을 하는 것은 로맨스이고 우리나라가 도감청을 하는 것은 불륜인가. 이런 논리가 아니라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나쁜 짓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도감청 경위 등에 대한 해명, 향후 재발방지 요청 등 당당하게 할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김 차장이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정부도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차장의 발언과 정부 발표 후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는 대통령실 도감청 내용을 포함한 미국 국방부 기밀 유출 용의자가 체포됐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문서 유출에 대해 "고의적인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런 무단 유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대로 상당수 위조된 문건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고작 한 병사가 위조해서 유출한 문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인가.

미국이 대통령실 도감청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부터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어 가장 시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이 도감청에 대한 모든 정보 삭제와 함께 도감청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입장과 김 차장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소통관은 이번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국가 안보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불법 도감청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폴란드 총리는 유출된 문건에 있는 내용처럼 한국 포탄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한국과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대로 상당수 위조된 것이라고 해도 이런 부분까지 모두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미국의 입장만 고려하는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당당한 외교다. 정부가 이번 사태의 축소와 은폐를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최근 일본과의 굴욕적 외교 논란에 이어 미국과의 외교에서도 굴욕이 반복된다면 대국민 비난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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