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상품은 전자제품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해당 상품에 가입하면 큰 가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를 유혹한다.

가전제품이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면 상조 상품은 갑작스러운 유고 시 유족 곁에서 조력자가 되어준다.

어떤 맥락에서의 콜라보레이션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확실한 사후(事後/ 死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망 직후부터 시작되어 비교적 긴 시간 진행하는 예전의 장례 방식보다 현대의 상례 문화는 신속하고 잘 갖추어진 제도로 상품화가 되었다.

초상이 나면 집안 어른이나 동네 이웃 어른들의 조언과 지도에 따라 행해지던 상례 절차는 전문 상조회사가 역할을 이어받았다.

상조 상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가격 비교의 논리로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유골함을 안치시키는 봉안당은 맨 밑층부터 위층까지 요즘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모습과 닮아있다. 당연히 그곳에도 로열층은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장례 절차를 따를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요 골자는 공간적 한계와 시간적 한계, 환경적 문제일 텐데 무엇보다 죽음을 다루는 태도의 변화 역시 크다고 여겨진다.

현대의 삶의 방식에 맞추어 상례와 제례 문화가 변화해온 만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과 실질적 준비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적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는지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저조한 출생률은 매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망률이 출생률을 제친 건 이미 수년 전이다.

요즘 중앙정부 및 각종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안을 내놓기에 바쁘다.

저조한 출생률에 극적 반전을 꾀해 그리는 그림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죽음은 인간이라면 모두 겪어야 할 통과의례의 마지막 관문이며 우리에게 전진해오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어떠할까?

각자도사사회의 저자 송병기는 노화, 돌봄, 죽음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 요양원, 요양병원, 특수임종병원, 대학병원에서 현장 연구를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 개인적인 일인 동시에 사회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이며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는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안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책의 제목처럼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인 대한민국의 제도적 성찰을 통해 허점과 미봉책에 불과한 현 실정을 냉철한 눈으로 짚어본다.

그리고 2부에서는 우리의 일상이나 주변에서 보거나 인지하지 못하게 스쳐 가는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성찰한다.

혹자는 인간의 존엄성은 혼자 화장실에 다닐 수 있을 때까지라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도움으로 신체적 활동을 할지언정 명료한 정신으로 의사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라고도 한다.

이렇듯 개인마다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을 이어 나는 순간은 모두가 다를진대 생애 말기 돌봄의 현장에서 한 개인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호 역시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만다고 한다.

저자가 한 요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간식으로 딸기를 먹고 싶은 평범한 일상마저도 누릴 수 없다. 이는 돌봄 노동 시스템의 과부하 때문이며 할머니조차 그 소소한 욕구를 드러내지 않는다.

딸기를 찾다간 바쁜 자녀에게는 부담이 되고 또 요양원에서도 ‘괴팍한 노인네’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새로 속한 환경과 관계의 원리에 적응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생명의 연장은 콧줄이라는 비위관 삽입을 통해 이어지기도 했다. 삶의 질과는 관련 없는 생명의 연장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삶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게 된다.

죽음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집이라고 해서 앞선 현실과 다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 인력이나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되어 고독사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어느 곳에서도 인생 말기에 적절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병원사 비율은 63.7%인데 2020년 75.6%까지 증가했다. 10명 중 8명은 병원에서 사망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저 멀리 사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미래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자 못지않게 돌봄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이 대다수이며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의료, 복지 구조 속에 처해있다.

정부의 관련 정책 및 의료진, 보호자 그리고 환자의 입장은 얽히고설켜 있다. 어디부터 제대로 논의가 되어야 할지 답답한 마음마저 든다. 결국 죽음은 개인의 노력과 운에 달린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른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졌다는데 이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죽음 앞에서 평등하지 못한 것 같다.

존엄한 삶만큼 ‘존엄사’가 보장받는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생각하고 논의해야 할 죽음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함께 답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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