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티케이뉴스 DB

정부가 쌍용자동차 파업 때 노조 때문에 헬기 등 장비가 부서졌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이 헬기 진압은 불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노조가 대한민국에 11억 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13년간 ‘손배 족쇄’에 묶여 있던 쌍용차 노조는 정부가 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노조 지부장은 “경찰이 본인들의 폭력과 과잉진압에 대해 사과하고 13년 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기나긴 고통을 준 만큼 이제라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쌍용차에선 무슨 일이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5월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경기 평택시 쌍용차 생산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한 쌍용차는 대우그룹에 매각됐다가 이듬해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어 2005년 중국상하이 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였지만, 상하이자동차가 인수 당시의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데다 기술 유출 논란까지 일면서 2009년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기업 회생절차 와중에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전체 인력의 36%인 2646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쌍용차 노조가 평택 공장을 점검한 채 파업을 벌인 것이다.

당시 사측은 특히 경찰의 소극적 대응으로 폭력 사태가 악화됐다고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에서 철수했다.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가운데 40%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무급휴직 규모를 290명으로 늘리고 100명은 영업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노조측은 전원 무급휴직을 주장했고 이마저도 8개월 뒤 유급 순환 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측은 수정안을 수정 제시하라고 사측에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절했다.

대치 74일만에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을 맞으면서 노조의 투쟁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강제 해산을 위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당시 공장 안에는 500명 가량이 점거 중이었다.

75일째 경찰이 강제 해산 작전에 돌입하고 공장 일대는 전쟁터가 됐다. 하늘에서는 경찰 헬기가 노조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아래에서는 살수차가 물대포를 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들도 노조원들과 맞붙었다.

해산 작전엔 경찰 특공대 100여명을 비롯해 병력 2600명이 투입됐다.

당시 노조원들은 쇠파이프, 볼트‧너트를 날릴 수 있는 다연발 사제총, 철근으로 만든 표창 등을 사측 직원과 경찰대원에게 사용해 논란이 됐고, 경찰은 노조에 대항해 테이저건과 최루액, 다목적 발사기 등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파업 77일째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가운데 48%를 무급휴직 또는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데 전격 합의하기에 이른다.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이나 분사를 통해 회사를 떠나기로 합의했다. 노조의 제안으로 최종 담판에 이른 것이다.

당시 사측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이 인가하는 조건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고, 형사소송도 최대한 선처를 받도록 노력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정리해고 불가’ 입장을 접고 농성을 해제했다.

77일간의 파업은 수많은 부상자, 엄청난 경제적 손실, 최악의 물리적 충돌, 무쏘 신화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노사 모두 피해자로 전락한 것이다.

경찰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과정에서 인적‧물적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가 노동자 6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배상금은 지연 이자 등을 합쳐 29억2000만 원에 달한다.

◇13년 만에 대법 “쌍용차 헬기 진압은 위법”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파업을 진압한 뒤, 파업 당시 크레인, 헬기 등의 장비가 파손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법원은 2013년 피고들에게 14억 여원, 2심 법원은 2016년 11억 여원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2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약 11억3000만 원)에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쌍용차 노동자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현재 약 29억2000만 원이다.

그러나 6년 반 심리 끝에 대법원은 사건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고의적인 저공비행이나 최루액 살포는 경찰 규정에 위반하며 위법한 공무수행에 대한 저항은 정당방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중기가 파손된 것은 컨테이너를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불법 농성이어도 과잉 진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1일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의 선고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보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권위는 노동인권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이 쌍용차 파업 당시 테이저건 등 대테러장비를 사용한 것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경찰에 사과와 더불어 쌍용차 조합원 등에게 낸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2019년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임금과 채권에 제기한 가압류는 모두 취하했으나 손해배상 소송 자체는 취하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다수 근로자가 정리해고 탓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정이라면 기본권 보호 의무가 있는 국가가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 있다”며 “이러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노조의 와해 및 축소, 노동 3권의 위축과 무력화뿐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족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 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정신적 고통과 자살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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