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혁
윤인혁

우리 사회에서 ‘청년’은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을까? 젊음, 열정, 도전 같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청년에게는 미숙, 치기, 충동 같은 이미지도 있다.

그래서 청년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때로는 업신여겨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인문학자 김경집 前 카톨릭대학 교수가 구상에서 출간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역작이다.

저자는 10년이나 구상한 이 책에서 청년을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선정한다. 1959년생의 인문학자는 왜 지금 1960년대를 빌어 ‘청년’을 호명했을까.

이 책은 ‘청년’과 ‘역동성’을 말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 나열한 수많은 사건은 ‘68혁명’을 설명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68혁명은 1960년대 제기되었던 새로운 사상과 운동의 집약이었지만, 당시 기성세대의 시각에선 도덕적 방종에 휩싸인 ‘철없는’ 청년들이 벌였던 일종의 반항이기도 했다.

비록 그 혁명은 혁명으로선 실패했을지라도 자유에 대한 욕구, 낙태를 선택할 권리, 여성·유색인종·장애인·성소수자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의미 있는 담론을 남겼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혁명의 세례를 받지 못했다.

1960년에는 김주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고, 1970년에는 전태일 열사가 노동법 개정을 외치며 분신했다. 이러한 현대사는 끊임없는 비극의 굴레를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87년 체제로 제도적 민주화를 획득했을지라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장애인과 성소수자의 권리는 무시당하고, 노동자는 탄압받는다.

우리의 2020년대는 19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경집은 1960년대의 청년들이 “사회 구조적 모순을 고치기는커녕 그것을 고착화”하던 기성세대에게 저항했음을 상기한다.

저자는 기성세대로서 이 책을 집필한 것을 두고 “역사적 책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 한 마디에는 만감이 담겨있겠지만, 나는 그가 무엇보다 기성세대로서의 매우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여겨졌다.

김경집은 이제 육십 대 중반에 이른 ‘할아버지’다. 하지만 그 세대가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오만함이 그에겐 보이지 않는다.

2020년에 발표한 책 『어른은 진보다』에서 그는 이미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그저 살아온 대로만 살려고 하지 말고, 변화가 두렵다며 젊은이들 발이나 거는 그런 시시한 노인들도 되지 말고, 이 세상이 앞으로 더 나아가도록 앞장서서 돕는, 그런 품위 있는 ‘어른’이 되자고 김경집은 제안한다.

1959년생의 김경집과 동갑인 주진형(前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역시 언젠가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충격을 선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노인이 아닌, 이‘어른들’과 우리 청년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대화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꼰대’는 태도이지, 물리적 나이가 아니다.

오늘날 청년세대는 본인의 시대적 이상만을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심지어 멸시와 조롱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행동 없는 비판은 아무런 대안과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다.

청년세대가 소극적이고 지엽적인 저항에 그친다면, 이 사회에는 희망이 없는 것이다.

이미 극단적인 출산율 감소와 각종 ‘헤이트스피치’, 양극으로 치달은 진영주의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혼란의 1960년대는 대체 무엇으로 ‘진격의 10년’이 될 수 있었을까. 그 동력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청년세대에게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오늘날 청년들이 현실을 뒤집고, 바꾸고 개선할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함께 손을 잡고 미래로 ‘진격’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기성세대를 비꼬기나 하면서 우리 앞의 문제를 계속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노인이 아닌 ‘진짜 어른들’과 손잡고 함께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 배역을 쟁취할 것인가.

아직 20대인 내가 청년으로서 청년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윤인혁 사회문화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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