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혁
윤인혁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유튜브를 보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한다.

우리가 유튜브에 빠져 사는 만큼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유튜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여기에 비례해서 ‘주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세태에서, 김내훈 작가는 오히려 폭망하거나 우스꽝스럽게 실패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관심과 주목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특정 집단의 분노를 유발하여 주목 경쟁에 승리하는 사례들이 창궐하고 있다. 김내훈의 『프로보커터』는 혐오와 경멸을 바탕에 두고 분노를 일으키며 주목 받는 ‘프로보커터’를 분석한 책이다.

김내훈은 ‘프로보커터’를 “인터넷 등지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수를 끌어올리고,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도발과 음모론, 어그로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어그로’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나 글로 사람들의 억지 관심을 끄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사이버 렉카’와 비슷한 면도 있다. 그러나 프로보커터와 사이버 렉카가 대별되는 지점은 ‘정파성’에 있다.

『프로보커터』의 표지에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프로보커터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대목이다.

김내훈은 ‘우리’와 ‘그들’로 나뉘는 사회의 장에서 “다종다양한 혐오 선동이 공감과 동의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이러한 현상이 “반지성주의 흐름에 기대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프로보커터들은 ‘우리’에게 주목을 받고 이것이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며, 그 바탕에는 혐오와 경멸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이들이 공론장의 언어를 오염시키고 한국 사회의 담론을 주도하며 어지럽힐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리고 책이 출판된 2021년 이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프로보커터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정치적 전선이 형성되었을 때 전면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전선에서 프로보커터들은 막말과 혐오를 드러내고 상대편을 공격함으로써 김내훈의 우려는 현실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우리’와 ‘그들’의 구분 짓기, 혐오와 막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이전의 정치적 대치는 전문가·지식인 또는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주로 벌어졌다.

김내훈이 주목한 부분은 오늘날 프로보커터의 등장으로 “비전문가 대중의 대안적 담론이 인터넷 공간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전문가 집단에서 발화되었던 비교적 점잖은 논쟁이 혐오를 동반한 과격한 말과 글로 우리를 책동하고 전염시킨다.

김내훈은 『프로보커터』를 서술하는 내내 ‘혐오’와 그를 바탕으로 한 언행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절대적 요소인 합리성과 존중은 사라진 지금, 그는 끊임없이 혐오를 선동하며 반대편을 악마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내 편이 잘못을 해서 법의 처벌을 받든,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지탄을 받든 상관없이 ‘우리’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사이버의 정치에서 프로보커터들은 활개를 친다.

여기에 호응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다. 토론과 협의를 통해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가 혐오와 막말로 점철되어진 프로보커터에게 휘둘린다면, 그것은 나락에서 벌어지는 아귀다툼 밖에 되지 않는다.

일상에 프로보커터들의 언어가 스며들고 있다. 이는 지난한 민주주의의 숙의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사이다’로 다가올 수 있다.

저자는 그들의 언어가 보통 사람들의 언어에 스며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당장의 시원한 통쾌보다, 비록 지겹고 답답하지만 성숙한 민주적 합의 과정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그것은 오직 프로보커터들에게 ‘주목’하고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우리’들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혐오와 막말에서 벗어나 존중과 배려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당신은 성숙한 민주 국가를 원하는가, 아니면 혐오와 선동에 매몰된 혐오 사회를 원하는가? 이미 혐오가 일상이 된 프로보커터들의 세계에서 김내훈이 당신에게 묻는다.

윤인혁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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