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 “직고용 아냐…교섭 의무 없어”
-택배기사 노동자 지위 탓…업계 노사 양측 갈등 반복
-CJ대한통운 소송, 택배 업계 비롯 다른 대기업도 촉각

/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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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산하 노동조합이 출범하자마자 노사가 충돌하고 있다.

쿠팡 노조는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CLS측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닌 만큼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간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택배 노사가 평행선을 달려온 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단초였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파업이 반복되는 배경은 ‘반쪽노동자’ 택배 기사의 노동 지위가 있다.

노사 단체교섭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의에는 강제성이 없어 노조가 ‘합의 불이행’을 문제 삼을 수 밖에 없는 불씨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CJ대한통운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간 법정공방이 주목받고 있다. 택배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인정 문제를 다투는 이 사건의 법원 판결이 쿠팡을 비롯한 산업계의 노조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 “CJ대한통운, 단체교섭 의무…교섭거부는 부당노동행위”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원청 택배사들은 그간 자신들이 택배노동자의 직접 고용주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교섭 대상은 개별 하청대리점이라는 점을 고수해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으나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은 택배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은 관계가 아니라며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2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재판부는 “원고가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재심 판정은 이 법원의 결론과 동일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층적 계약 관계가 확산되는 현실에서 직접 고용주에게만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3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역시 사용자로 봐야 한다며 종전 판례보다 기준을 넓게 해석했다.

재판에서 CJ대한통운은 “대리점 택배기사들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아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상식에 근거해 내려진 합당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노조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거부하면 투쟁에 돌입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해소되고 대화와 교섭을 통해 택배 현장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 ‘원청-하청 구조’ 혼란 발생 우려

알티케이뉴스DB
알티케이뉴스DB

재계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던질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있는 ‘원청-하청 구조’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가 아닌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있다. 이어 대리점주가 다시 택배 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이 대리점주를 빼고 노조와 직접 교섭하게 되면 현행 하도급법 위반이 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 이후 다른 업종에서도 하청‧재하청 노조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하청 노조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권을 요구하며 분쟁을 겪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판결은)명시‧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향후에는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아울러 원청과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번 판결은 진짜 사장의 교섭 의무를 명시하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국회에 조속한 해당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이 항소를 예고하면서 법정 싸움은 계속 이어져갈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쿠팡 등 곳곳 ‘파열음’

최근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도 우정사업본부가 작년 7월 수수료 3% 인상안을 거부하고, 되려 130원에 달하는 임금 삭감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전면 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진보당은 우정사업본부가 2021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반한 데다 과로사 원인이었던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기 위해 택배요금 170원을 인상했지만 연간 540억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으면서 노동자들의 수수료는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우체국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있을 때마다 반복하는 집배원 대체 근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남기두 기자 
민주우체국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있을 때마다 반복하는 집배원 대체 근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남기두 기자 

택배노조는 “민간 택배사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분류 인력을 투입하고 있고 분류 비용도 지급하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인력 투입이 거의 없고 이에 따라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데 분류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포 우편물 배달체계 변경과 수수료 조정에 대해 택배노조의 반대가 커 이번 단체협약에서 제외하고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택배노조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대신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기침체로 소포 우편물 접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나 다른 택배회사 파업으로 접수량이 많았던 지난해 물량을 보장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달 10일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단체협약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2개월간 이어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부분 파업이 철회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파업에 따른 국민 불편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서로 양보해 입장 차를 줄여 단체협약 체결을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기준물량은 전년도 소포위탁배달원별 연간 일평균 배달물량으로 하되, 가능한 월 175~190개 수준을 유지하도록 배달구역 조정 등 노사가 공동 노력한다’, ‘위탁배달원에게 명절 선물비 상향 지급 등 처우개선에 나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와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뒤늦게 택배사업에 진출한 쿠팡으로 인해 택배현장의 노동조건 악화,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합의 주체가 아니었던 쿠팡의 택배노동자들은 합의 이전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측은 업계 최초로 분류 전담 인력 수천 명을 운영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수수료 문제가 터진 건 CJ대한통운이지만, 택배업계의 구조를 고려하면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CJ대한통운만의 개별적인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상시적인 논의 기구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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