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거래’·‘주가조작 통로’ 논란
-금융당국 늑장 대응에 사태 되풀이
-“처벌 강화”…재발방지책 마련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이어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잇따라 터지자 투명한 주식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을 회복하는 등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데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불공정거래는 IT 기술의 발달로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종 기법과 함께 리딩방, 포털 주식 카페, 증권방송, 유튜브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보듯 불공정거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현행 시장감시시스템에서는 탐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개선에 나섰다. 또한, 연말까지 주가족작 관련 특별단속을 통해 또 다른 주가조작 정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지난 15일 “7월 추가 증원(8명)을 통해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연말까지 불법 리딩방 등 특별단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조사하고 혐의 적발시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제2의 SG사태’ 우려, “배후에 온라인 투자 카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알티케이뉴스 DB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알티케이뉴스 DB

검찰은 주식시장의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 주식 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 씨가 시세 조종으로 얻은 부당이득 규모를 104억 원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강 씨가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여러 상장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로 주가를 조작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강 씨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 네이버 카페 운영자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 종목들을 매수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 폭락 전부터 시세조종 등 의심 정황을 포착해오다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 직후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강 씨는 지난 2014~2015년에도 4개 상장사 주식을 통정매매하고 시세 조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앞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도 비슷한 통정매매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 씨는 앞선 인터뷰에서 작전 세력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하한가 사태는 증권사의 대출 만기 연장 거절이 촉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CFD 사태 이후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나 투자심의 기준이 엄격해진 것은 맞으나 강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거래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기 한 달전에 미리 계약자들에게 연장이나 불가 여부를 통보하고 중간에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된다 해도 이미 체결된 계약기간은 지켜지는 구조다”라며 “갑자기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아 매물이 쏟아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불공정거래’…당국 늑장 대응도 문제

국내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법에서 정하는 불법 행위로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 크게 4가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해마다 금융당국으로 이첩한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은 2020년 112건, 2021년 109건, 2022년 105건 등으로 매년 100여건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이첩 사건을 혐의유형별로 보면 미공개정보 이용사건이 56건으로 전체의 53.3%를 차지했다. 이어 부정거래 22건, 시세조종 18건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부정거래 사건은 무자본 인수합병(M&A)과 각종 테마주 관련 복합 불공정 거래가 늘어나면서 1년 전보다 120%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SG 증권발 폭락 주요 종목’ 중 최소 4개 이상이 특별한 상승 요인 없이 계속 오르자 증권가에선 지난해부터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었다는 것이다.

당국이 사전에 대응했더라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증권업계는 ‘SG증권발 주가 폭락’의 배경에 2~3년에 걸친 계획적이고 집단적인 주가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20년쯤부터 주가 조작 세력이 서로 짜고 각자의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불법 ‘통정(通情)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선광 등 8개 종목 주가를 조금씩 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가 조작 과정에서 수익을 일부 지급하면서 신규 투자자를 유혹했고, 이렇게 모인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작하며 시세를 조종했다. 그러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급히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렸고, 이후 매도세가 시장 전체로 번지며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CFD 파장’에 불안감 여전…재발방지책은?

잇따른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겪으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SG발 폭락 사태의 여파로 CFD 관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강제매각) 금액은 9789억 원으로 2006년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CFD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CFD 거래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CFD를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앞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이미 CFD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제공

키움증권, NH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하나증권은 기존 고객의 신규 거래를 임시중단한다고 밝혔다. KB증권은 지난 5일부터, 신한투자증권은 7일부터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서 CFD 계좌가 없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하고 CFD를 취급하는 증권사 대부분이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키로 한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18조 원으로 지난 4월 대비 31.7% 줄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게 되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을 줄어들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가 조작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불공정거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공개정보,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위반 행위는 형사 처벌만 가능하고, 과징금 부과 등 다른 행정제재 수단이 없다. 그리고 최종 법원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이때 범죄 혐의자는 범죄 수익을 빼돌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 불기소율은 55.8%에 달하며 재판받아도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경우는 2020년 기준 59.4%에 그쳤고 40.6%는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능화된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려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한 불공정거래 과징금제도를 신속히 도입하고 과징금 산출에 근거가 되는 부당이득(또는 손실회피금액) 산출 방식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범률을 낮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더기 하한가 사태 재발방지책에 대해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외파생상품과 연계된 불공정거래와 잠재적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는 노력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및 성과급 체계를 개선해 금융회사가 단기 수익을 우선하기보다 투자자의 장기 수익을 우선해 영업행위를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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