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혁
윤인혁

 

청년세대에게 ‘동물농장’이 뭔지 물어보면, 아마 모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이라 답할 것이다. 그러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을 완독한 사람이라면, 일요일 아침을 책임졌던 ‘동물농장’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다.

그만큼 조지 오웰의 소설은 날카로운 풍자의 재미로 가득 차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자유를 억압하고 전체주의로 흐른 공산주의나 스탈린주의 비판한 소설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오웰이 에세이와 산문을 다작한 작가라는 점이다. 여기서 소개할 『책 대 담배』는 오웰의 여러 에세이 가운데 아홉 편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오웰의 에세이들이 일상적이거나 지나치게 현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 대 담배』의 묘미는 평범한 주제를 통해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영국이 지녔던 문제들, 이를테면 사그라드는 자유정신과 사람들에게 스며드는 전체주의의 풍조, 비판 의식을 저버린 지식인들을 비판한다는 점이다.

아홉 편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글은 책과 동명인 ‘책 대 담배’이다. 한 노동자가 신문의 문학 면에 소개된 책을 두고 “왜 12파운드 6실링이나 하는 책들에 관해” 떠드냐는 말에서 글은 시작한다.

노동자들의 사정을 고려하면 그만한 가격을 주고 책을 사는 건 어불성설이란 의미였다.

오웰은 당시 책을 읽기 위해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취미로 자리 잡기 힘들다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재고해보기로 했다.

바로 독서와 담배에 드는 비용을 비교해서 말이다.

우선, 그는 자신이 가진 9백 권에 달하는 책의 평균 가격을 매겼다.

그에 계산에 따르면, 자신이 가진 책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65파운드 15실링이라고 했다.

지금으로 치면 27만원에 불과하지만, 오웰이 활동하던 시기가 90여 년 전인 1930~40년대를 생각한다면 꽤 큰돈이 분명하다.

오웰이 15년 동안 책을 모았기 때문에, 1년에 평균 11파운드 1실링을 지불하며 책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 신문이나 잡지 구독, 염가본 책을 구입하는 비용까지하면 오웰은 책이나 글을 읽기 위해 1년에 평균 25파운드를 지불했다.

그렇다면, 담배와 맥주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은 얼마나 비용을 소요했을까. 오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당시의 물가를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흡연과 음주를 위해서는 1년에 약 40파운드로 계산했다. 오웬의 계산에 따르면, 독서보다 술·담배가 훨씬 비싼 취미가 된다.

그러나 ‘수포자’인 내가 보기에도 오웰의 계산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점이다.

사실 오웰의 계산이 수학적으로 얼마나 정확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도 자신의 결과값이 추정치이며, 정확한 계산을 한 사람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쓰기도 했다.

오웰은 에세이에서 이 주먹구구 식 비교를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지, 실제 문제의식은 다른 데에 있었다.

그가 에세이의 주제로 삼은 것은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오웰의 에세이들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쓰여졌다. 때로는 너무나 일상적이거나, 너무나 현학적이거나, 가끔은 비약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차근차근 따라가다가 오웰이 말하고자 하는 목적에 도착하면, 나름 체계와 논리를 지닌 근사한 글을 발견한다. 마치 얼기설기 엮여있어 보기에는 불안하지만 바람에 끄떡 않는 제주도 돌담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책 대 담배’와 같이 오웰은 글에 투영된 전후 영국이 지녔던 문제, 혹은 지식인으로서의 의무를 일상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그는 국가 혹은 사회라는 거대한 숲이 지닌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거대한 담론을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숲 속의 나무 하나 하나를 관찰하고 파악하면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넌지시 제시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때로는 큰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무기력과 불안함, 우울감이나 알 수 없는 분노는 전쟁을 겪은 사회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지식인이나 언론인,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거시적이면서 효과도, 책임도 없는 해결책을 남발할 때가 있다.

실제 필요한 것은 작고 즉각적인 실천일 때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웰의 에세이는 특별한 힘을 지닌다.

거대하고 멋있어 보이는 담론이 아니라, 미시적이지만 매력적인 문제의식에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화두가 되는 저출산, 세대갈등이나 젠더갈등도 많은 예산과 정책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작은데서 조금씩 그러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삶을 불안하게 하는 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오웰이 일상에서 문제점을 찾고 논점을 제시한 것처럼, 우리도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차근차근 파악하고 해결해보는 건 어떨까?

윤인혁 서평가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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