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위기를 넘기며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로 선회할 경우 이 대표의 내년 총선 지휘에 전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향후 차기 대권주자의 위상도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판단은 검찰 입장에서 매우 아쉬울 법하다. 뇌물 혐의 대부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 부장판사는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해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집중 수사, 압박 등으로 인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허위 진술했다며 말을 뒤집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경우 방탄 프레임이란 부담이 완화되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내 친명계외 비명계의 갈등이 고조돼 충돌이 발생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에 공천 불이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칫 최악의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시 알지 못했다고 얘기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의혹을 부인하면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시 5년 간 피선거권 박탈로 인해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이 오는 2027년 대선 전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격주 출석 등으로 재판 자체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신임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 내 인사이동 등으로 재판부가 교체될 시 처음부터 다시 심리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한 숨 돌리게 됐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확정판결은 걸림돌인 것이다.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로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