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희 서평가 / 알티케이뉴스 DB
한민희 서평가 / 알티케이뉴스 DB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지켜온 생명, 우리의 삶은 그들의 저물지 못한 숱한 밤 속에서도 지켜져 왔다. 뜨거운 이마에 물수건을 대어준 보살핌의 손길이, 첨예한 국경과 어둑한 골목길을 살피는 발걸음이, 짓눌린 스프링처럼 앉아있다가도 당장 튀어 오를 듯 대기하는 대원들과 터진 둑을 한 몸 받쳐 저항하는 의료진들의 재난급 현장까지. 그러나 이제 그들은 사라졌고 또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국가의 모든 체계는 도미노 블록 같다.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져 좀처럼 손을 쓰기가 어렵다.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도미노는 큰 그림도 완성 못한 채 넘어가기 시작했다. 우연히 우리가 서있는 지점이 오늘 무너지는 하나의 블록 조각이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당장은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 같아도 언제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를 것 같은 요즘.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의 주요 그리고 사각지대 전부에서 아우성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또 살아갈 이들도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온라인 판매 집계를 토대로 낸 통계에 의하면 애견 유모차가 유아차를 판매량을 앞섰다고 한다. 저금리 대출이라는 카드가 저출생을 단 번에 해결할 리는 없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는 한 이미 한 번 데여본 (예비) 부모들이 또 속을 리는 없다.

고열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손바닥만한 아이의 작은 가슴의 호흡이 가빠질 때, 119에 전화를 걸지만 가까이에 갈 수 있는 소아응급실은 없단다. 아픈 아이를 배우자에게 맡기고 이른 새벽 차디찬 복도에서 대기표를 뽑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의 절망감이란. 이를 악문 절박함이 더 부지런한 부모에게 밀릴 때, 아픈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아이가 잘못될까 두려운 공포에 이성은 마비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좀처럼 쉬이 만날 수 없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는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다. 저자는 우리나라 소아 의료 현실의 위기의 가운데서 정직하고 담담하게 적나라한 사실을 밝힌다. 이 용기 있는 행동의 밑바탕에 있는 저자의 간절함의 방향은 아이들에게 향해있다.

의료진들은 수가가 낮은 진료과목을 피해 피부과나 성형외과만을 고집한다고 오해를 받고 부모들은 전부 의사들을 의료현장에서 떠나게 한 벌레(Mom蟲)들이 되었다. (일부는 맞다.) 강대강의 갈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립의 목적이 '함께'가 아닌 '제거'라면 우리는 서로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게 아닐까? 우리는 한 팀인데 말이다.

저자는 소아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기쁨과 감사의 순간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며 겪는 아픔과 슬픔, 차가운 현실, 그리고 인한 성장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당직 일지를 써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아청소년과의 의사이면서 세 아이의 엄마이기에 의사로서 또 보호자로서 무엇보다 늘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어른들에게 먹먹한 당부를 전한다.

저자의 간절한 호소가 우리에게 와닿는 순간, 오해와 불신은 사라지고 진정한 소통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언어가 있다. 그 언어를 단순 번역이 아닌 단어 하나에 담긴 문화와 진심까지 모두 헤아린다면 결국 뜻은 하나로 통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처럼 힘든 시기에 분열되어 싸우고 다투고 싶은 사람보다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래도 이겨내보고 싶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우리는 한 팀이다. 나아가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불협화음이 들릴지언정 말이다. 우리의 밤은 난세에 나타난 한 명의 영웅이 지켜주기에 짙고 깊다. 결국 우리가 함께 서로에게 손을 뻗어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안에서 진정한 미래가 시작될 것만 같다.

한민희 서평가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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