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 외교학박사 /알티케이뉴스 db
이중구 외교학박사 /알티케이뉴스 DB

 

2월 14일 대한민국과 쿠바는 전격적으로 수교했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듯 바로 다음 날, 기시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북한 주재 외교단과 무관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간은 중국에 이어 소개하던 쿠바 대사의 이름을 빼고 소개했다. 쿠바는 북한에게 어떤 의미였던 것일까?

냉전기 국제정치에서 북한과 유사한 처지를 가진 나라는 베트남, 쿠바 두 나라였다. 모두 사회주의를 국가이념으로 했고, 강대국이 아니었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추구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1962년 10월 쿠바위기에서 소련이 미국의 압력에 한걸음 물러났을 때, 자신이 소련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격분했다.

북한은 제국주의와 전쟁을 무릅쓰고라도 대결하려는 쿠바와 같은 제3세계 혁명세력들의 입장이 옳고, 미국과의 충돌은 세계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쿠바를 지키려는 노력에서 발을 빼려는 소련의 입장은 투항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소련의 도움 없이도 체제의 방위를 책임지기 위해 1962년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쿠바위기 직후였다. 북한은 당시 초강대국이던 소련의 도움 없이 국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쿠바와 자신이 같은 처지라고 본 것이다.

그런 나라 중에서 지금 쿠바마저 북한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 및 미국과 수교한지 이미 오래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것은 1992년이었다.

쿠바는 아직 한국과 수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옹호해온 제3세계 혁명주의의 길이 옳다는 점을 보여주던 마지막 촛불과 같은 나라였다.

그러한 쿠바가 북한의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금번에 한국과 수교한 것이다. 그 때문에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에게는 국제적 차원에서 체제정당성의 위기로 여겨질 수 있는 사건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한국과의 통일을 포기하면서 내부에 정당성 위기의 씨앗을 심은 상태이다. 북한 주민들은 민족통일을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수십년간 가난과 고난을 이겨왔다. 최소한 그렇게 교육받아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통일은 불가능해졌다고 천명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그간의 고통과 궁핍을 참아아야 했던 이유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앞으로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인내와 희생을 계속 일방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숭고한 목적도 없는 상황에서, 정권의 일방적인 요구는 주민들의 반발과 불만으로 옮아갈 것이다.

결국 북한은 국제적인 차원에서나 국내적인 차원에서나, 안팎으로 정당성 위기에 봉착해갈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가 이러한 정당성의 위기를 막아줄 수 없다. 엘리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도 엘리트의 이반과 개혁적 엘리트의 출현만 가속화될 것이다.

대한민국-쿠바 수교는 한반도 문제에서 또하나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외교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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