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쿠팡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일용·계약직으로 근로기준법 규제 회피
-쿠팡, 첫 연간 흑자에도 ‘기업 책임의식 부족’ 도마위

/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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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를 총괄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취업 제한을 목적으로 일용‧계약직 노동자 등 1만6450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쿠팡이 명예훼손이라며 고소로 맞서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쿠팡은 과거 근무했던 이들에 대한 인사 평가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경영 활동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등은 지난 2월 19일 쿠팡과 자회사 관계자 6명을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또한 물류센터 노동자가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이들은 쿠팡에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며, 언론인들까지 블랙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쿠팡 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물류센터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주장한 ‘쿠팡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 3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만든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은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초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한 전략이 적중해 온라인 유통시장에 안착한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새벽 배송을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사망 사건과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져 기업의 책임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MBC는 지난 2월 13일 쿠팡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라는 제목의 엑셀 문서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PNG는 ‘Persona Non Grata’라는 외교전문용어로 ‘기피인물’을 뜻하는 것으로 취재팀은 추정했다.

PNG 리스트에 수록된 인원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만6450명으로 이후에도 계속 인원이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당사자가 취업을 지원하는 경우 취업에서 배제하거나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배제 사유는 △정상적인 업무수행불가 △업무지시 불이행 △반복적 징계 대상 △징계해고 △근무 태만 △근무지 무단이탈 등 50여개에 이른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간부 혹은 조합원들 중 퇴사자 다수가 블랙리스트에 등재됐다.

권영국 대책위 대표(변호사)는 “쿠팡의 지시와 관리에 순종하는 이들만 채용하고 관리하겠다는 목적 외에는 블랙리스트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쿠팡물류센터에 취업하기 위해 제출된 개인정보를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보관하면서 모회사인 쿠팡과 공조해 작성·보관·운영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쿠팡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여러 언론단체‧노동조합‧시민단체는 쿠팡 측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피해자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31개 단체는 지난 2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6000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라고 밝혔다.

쿠팡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언론인들은 왜 이름이 포함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 언론사 기자는 “지난해 8월 초 쿠팡에 연락해 물류센터 내부를 취재해 볼 수 있겠냐고 문의했을 뿐이고 쿠팡을 취재한 적이 없는데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고 말했다. 쿠팡은 약 70명의 기자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직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를 작성·관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경영 활동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입장문에서 “인사 평가는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년 수십만명의 청년, 주부, 중장년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안심하고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막는다면 그 피해는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법적 다툼‘ 예상

앞서 마켓컬리 역시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성명·주민등록번호·연락처 등)를 담은 문건을 작성하고 협력업체(채용대행업체)에 전달해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했다는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지난 2021년 3월 고발됐다. 마켓컬리의 경우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이 엇갈렸다.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은 마켓컬리 측은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다른 사업장의 취업을 제한했을 때 적용되고 사용자로서 자신의 직원 채용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8년 CJ대한통운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택배기사의 재취업을 방해한다는 고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단 역시 근로기준법 제40조는 주로 퇴직자의 동종 업계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단을 공유하는 행위 등을 처벌해왔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에 약 40개로, 만약 쿠팡 본사가 이 블랙리스트를 전국 물류센터에 공유했다면 어떤 물류센터에서도 취업이 제한됐을 가능성이 높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뉴스타파 취재팀의 경우 기자가 직접 전국의 9개 센터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알티케이뉴스에 “고발장이 접수돼 조사 진행 중이며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자사만 활용했을 때 근로기준법 위반인지 여부는 사실관계를 자세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과거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주로 타사로의 취업 방해에만 법이 협소하게 적용됐다면 노동부가 변화한 노동시장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근로기준법 보호에서 벗어난 단기 고용이 만연한 현실에서 재취업 거부는 사실상의 부당 해고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활동가는 “(쿠팡 블랙리스트가) 근로기준법 40조 취업 방해 조항에 적용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더 많은 플랫폼 기업이 더 많은 노동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횡행할 수 있다. 만약 기존 근로기준법이 부족하다면 새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문 외에 별도로 언급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6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31조9298억 원(243억8300만 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 원(4억7300만 달러)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만년 적자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온 것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주문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빠른 배송의 편리함을 맛본 고객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효과가 크게 작용해 덩치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을 뜻하는 활성 고객 수는 21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자 사망사고, 노동자 취업 방해 의혹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외형적 성장에 걸맞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며 “기업을 투명하고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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