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문화철학 박사 / 알티케이뉴스 DB
김용훈 문화철학 박사 / 알티케이뉴스 DB

 

필자는 얼마 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봤다.

어릴 적 서로 좋아했던 짝꿍 나영과 해성은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다가 마침내 뉴욕에서 24년 만에 재회를 한다.

해성은 이미 결혼한 나영에게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났다면 결혼을 했을까? 아이는 있었을까? 서로 행복했을까? 라는 회한 섞인 물음을 던진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진부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이것은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끔씩 기억의 상자에서 첫사랑을 끄집어내어 그리워한다.

주인공 나영은 미래의 남편 될 아서에게 과거를 회상하며 이러한 말을 한다. “한국어에는 ‘인연’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것은 섭리 또는 운명을 의미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부부는 8천겁의 인연이 쌓여야 만날 수 있데요.”

나영이 말한 ‘인연’은 지극히 동양적 세계관의 인연을 말한다. 영화의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도 전생을 뜻한다.

서양의 기독교 세계관이 일직선이라면 동양의 불교는 생과 사가 돌고 도는 원의 관념이다. 불교의 윤회관에 따르면 모든 인연은 전생에 쌓은 서로의 카르마(Karma) 즉 업보(業報)를 해소하기 위해서 만난다고 한다.

업연은 전생에 서로 간에 지은 빚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 고리로 묶인 인연이다. 빚이 약하다면 그저 스치는 인연이겠지만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형제자매로 만난 인연은 그 빚이 헤아릴 수 없이 깊고 크기 때문에 평생을 서로 사랑하고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떨어질 수 없게 된다.

사후세계를 다룬 책 웰컴 투 지구별에서는 죽은 영혼들은 서로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있는 영혼들과 그룹을 이루며 서로의 카르마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지구별에 태어나기 전에 모든 만남과 사건들을 계획한다고 한다.

이 영혼 그룹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지구라는 학교에 다시 환생하여 서로의 영적 성장을 위해 사랑도 주고 때로는 시련도 주며 각자가 맞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같은 그룹에 속한 영혼의 짝이 환생하여 한날한시에 부부의 인연을 맺기로 계획했다면 이것은 분명 천생연분일 것이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부터 만나기로 약속한 인연이다. 천생연분의 증표는 무엇일까?

상대가 이상형은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 예전부터 알고 지내 왔던 것처럼 낯이 익고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이 편하고 측은지심이 많이 작동한다.

때문에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 그저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고 돕고 싶은 마음뿐이다. 진정한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의 만남이다.

요즘 물질적 조건이 1순위가 된 결혼문화로 아시아에서 이혼율 1위의 불명예를 앉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인연에 대한 의미는 곱씹어 볼 문제이다.

물질에 눈이 어두워져 천생연분이 아닌 인연을 만났으니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인연은 있다. 다만 그 만남의 시기가 다를 뿐이다. 인연법에 의해 때가 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인연을 시절인연이라고 한다.

이 시절인연을 만날 때까지 조급해 하지 말고 나의 인성을 갖추며 인연이 왔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기르자.

명심보감에서는 “사물이 순리대로 오면 막지 말고 사물이 이미 가버렸으면 뒤쫓지 말라.”(物順來而勿拒, 物旣去而勿追)고 했다.

시절인연이 왔다면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떠나갔다면 업보를 모두 청산한 것이니 집착하지 말고 순리대로 떠나보내면 그만이다.

성균관대학교 김용훈 문화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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