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 jtbc 제공
서장훈 / jtbc 제공

 

서장훈.

그에 대한 이미지는 ‘그를 어느 시점에 봤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떠한 연령층이 보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30대 시절에 ‘농구선수 서장훈을’ 봤고, 지금은 50대가 되어 그의 예능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서장훈은 아마도 ‘툭하면 성질냈던, 그러나 압도적인 성적을 꾸준히 냈던 특급 센터’ 정도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10대 시절에 그를 봤고, 지금은 30대가 되어 그의 예능을 꾸준히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서장훈을 ‘선수시절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던, 그러나 지금은 서서히 호감형으로 변화되고 있는 예능인’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서장훈이 한창 선수로 뛰던 당시,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 그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한 10대라면, ‘한때 농구 선수였던 키 큰 예능인’으로 서장훈을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서장훈이 펼치는 예능의 방식을 보았을 때 10대들이 그에게 열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장훈 / KBL 제공
서장훈 / KBL 제공

‘서장훈’에 대한 칼럼을 쓰기로 마음먹고 주변 지인들에게 ‘서장훈’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았다.

연령에 따라, 스포츠나 예능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서로 다른 답이 왔다.

그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대답 중 하나는 30대 중반의 청년에게서 온 대답이었다.

그는 서장훈을 두고 ‘날로 먹는 거인 깔끔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

거인’이라는 단어도, ‘깔끔이’(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서장훈 특유의 위생 결벽증 때문일 거다)라는 말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날로 먹는’이라는 형용사가 나로선 쉽게 와 닿지 않았다.

답을 보내온 그에게 “왜 ‘날로 먹는’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건지” 질문했다.

그에게 온 대답은 이러했다.

“서장훈이 방송시작하면서 하는 프로그램 거의 대부분은 패널로 앉아서 이야기하는 거잖아.

뭐, 그걸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치열하게 발버둥치는 사람들에 비해 날로 먹는 거 같아서.” 난 사실 예능인 서장훈이 날로 먹는다고는 보지 않는다만, ‘날로 먹는 거인 깔끔이’라는 말은 분명 서장훈을 비교적 정확하고, 코믹스럽게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대답을 보내온 지인들 중 대다수는 서장훈을 통해 ‘부동산 부자’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

위대한 선수’ 혹은 ‘최고의 센터’라는 식의 선수 시절 서장훈의 업적에 대한 키워드는 거의 없었다.

부동산, 깔끔 떠는 아저씨. 딱 봐도 그저 그런 키워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의 답을 통해 서장훈이라는 한 사람이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장훈 / MBC 제공
서장훈 / MBC 제공

 

서장훈은 여전히 서장훈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서장훈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면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며 그가 전보다 더 풍성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농구 코트 위에서 까칠했던 서장훈은 예능이라는 코트에서도 여전히 까칠하다.

자신의 ‘결’을 굳이 숨기지 않고 상대방을 향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도 나이를 먹은 덕분인가, 이제 정면으로 충돌하는 척 슬쩍 자신을 굽히는 법을 익힌 느낌이다.

게다가 스포츠의 특성상 나이 어린 후배 선수들을 훈계하는 입장에 서는 듯했던 그가 예능 코트라는 곳에서는 중고 신인에 가깝기 때문인지, 특유의 까칠함을 코믹하게 접곤 한다.

지인들이 보내준 답들 중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대답은 이러했다.

“거친 외모 속에 살아있는 섬세함?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를 본 것 같아서요.” 그렇다.

바로 ‘섬세함’. 서장훈이 진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나는 ‘섬세함’을 꼽고 싶다.

농구 코트라는 특성상 미처 다 보여줄 수 없었던 서장훈 특유의 섬세함은 예능 코트에서 활기차게 터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그는 사탕발림에 가까운 멘트들을 던져대는 멘토들에 지친 청년들에게 ‘현실감으로 무장한’ 멘토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는 과거 한 대중 강연에서 청년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 ‘여러분들을 응원한다’? 물론 응원합니다. 당연히 응원하죠.

그런데 무책임하게, 뭐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따라간다, 완전 뻥이에요. TV에서도 그런 얘기들을 하는 분들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자기가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한 얘기를 하지. 저는 정말 그럴 때마다 분노합니다.” 사실 이러한 메시지 역시 서장훈다운 멘트다.

그는 10년 전에 대중 강연을 했어도 비슷한 멘트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20년 전도 마찬가지고. 아니, 이미 농구 코트에서 몸으로 그러한 멘트를 던져온 그다.

그러나, 그때 ‘서장훈’이라는 세계를 거부하던 대중들은 이제 그에게 반응하고 있다. 그의 팬임을 적극적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야 그리 많지 않지만, 서장훈이란 ‘섬세한 거인’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현역시절 그의 안티였던 사람들조차도 말이다.

서장훈은, 진화 중이다.

누군가는 ‘그가 언제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올지’를 궁금해 한다.

나는 서장훈에 대한 조금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다.

‘과연 인간 서장훈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에 대하여…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인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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