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과로 원인 ‘겸배’ 폐지 촉구”
-“겸배로 추가 근무‧연차 사용 제한” 주장
-노동계, 집배관 복지법 제정 요구

김태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집배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집배관 보건안전 및 복지 지원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현 기자
김태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집배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집배관 보건안전 및 복지 지원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현 기자

 

“사람 잡는 ‘겸배’가 폐지돼야 집배원이 삽니다.”

집배원들이 ‘겸배’ 제도가 업무 과중의 원인이라며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측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집배원들의 겸배 제도는 병가·연가 등 결원이 생길 경우, 같은 팀 동료들이 해당 물량을 ‘대신 겸해서 배달’하는 제도다.

50대 집배원 A씨는 “동료가 휴가를 가면 다른 팀원들이 업무를 나눠서 해야 되는데, 추가 근무를 해야 하니 식사도 걸러가며 배달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동단체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집배원 쉴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겸배 제도의 문제점을 밝히고 집배원의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2017년 8월에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도 출범시켜서 실제로 집배원들의 노동시간과 강도가 어떤지에 대한 실태 파악 조사도 했다”며 “그럼에도 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정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쉬어야 하지만 쉴 수 없는 상황, 부당 노동들이 강제되고 있는 현 상황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고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규정을 개정하고 법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노조측 “겸배로 평균 1시간 47분 추가 근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집배원 안전사고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촉구 마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현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집배원 안전사고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촉구 마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현 기자

 

노조 측이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겸배’ 관행으로 인해 집배원들의 평균 업무 소요 시간이 1시간 47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 셈이다.

겸배는 근무 시간뿐 아니라 연차 사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휴가를 가면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봐 연차 휴가의 3분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2021년 집배원의 평균 연가 사용률은 30.7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이 아닌 낯선 지역에 배달하다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겸배 제도’가 매년 과로사로 추정되는 집배원 사망 사례가 나오는 이유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5월 경북에서 겸배 중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4월 강원에서는 겸배로 인한 격무를 호소하다 급성심정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우체국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있을 때마다 반복하는 집배원 대체 근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두 기자
민주우체국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있을 때마다 반복하는 집배원 대체 근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두 기자

 

최승묵 전국민주체육본부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 51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고강도 노동이 그 사인으로 파악됐다. 작년 집배 분야에서 686명이 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재해율 수치로 보면 안전사고 재해율은 전체 산업재해율 0.68%의 약 7배인 4.28%에 달한다. 화재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1.08%)보다 높은 상황인데 안전사고와 노동 강도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겸배 제도 때문이라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최 위원장은 “겸배 제도는 우정사업본부의 책임 전가가 비판 없이 수용된 결과에 불과하다”며 “지금이라도 집배원의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겸배 제도를 개정할 사항이 아니라 폐지하고 실제로 여유 인력 운영과 대체 인력 확보와 결혼에 대한 즉각 충원으로 사용자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실제 집배원들이 느끼는 안전사고의 위험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집배원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5일부터 10월 7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인원의 96%가 일상적 안전사고 위험에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 인원의 약 70%가 2달에 1~2회의 안전사고 위험에 실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현남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사무처장은 실제 집배원들이 느끼는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잦은 겸배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인력 도입과 집배원 안전 관련 법안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안전사고 예방 및 집배원 안전·복지에 대한 구조적인 뒷받침을 위해 안전 관련 법안 마련에도 더욱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민주우체국본부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집배관 복지법 발의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천막농성은 124일 만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집배관 보건안전 및 복지 지원법’을 발의하면서 끝이 났다.

이은주 의원은 “집배관은 이륜차 안전사고 및 배기가스 미세먼지, 고강도 노동, 민원인에 대한 감정노동 등의 위험에 장기‧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업무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법안을 통해 집배관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겸배로 인한 부담 크지 않아” 엇갈린 주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집배원 안전사고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촉구 마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현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집배원 안전사고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촉구 마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현 기자

 

우정사업본부 측은 겸배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으며, 3년 사이 집배원을 3099명 충원해 인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가 파악한 집배원 초과 근무 시간은 한 달 10.9시간에 불과하다. 일주일 기준으로 주당 2시간~2.5시간 초과 근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018년만해도 초과 근무만 한 달에 42시간이었고, 당시에는 과로한 업무였던 것은 맞으나 현재는 인력 충원 등 노력으로 겸배를 폐지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노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최근 인력을 충원했다고 하나, 인력예비율이 6.75%에 그쳐 국제 기준인 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맞섰다.

겸배로 집배원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한 실정이지만, 사측은 겸배 대책 마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우정사업본부측은 겸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22년 8월 우정사업본부와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겸배 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사측은 집배원들에게 택배 배달을 떠맡기며 비용 절감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특성상, 부피와 중량이 나가는 택배 배달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적정 인력 확보 등 집배원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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