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정부의 안보 성적과 경제 성적을 비교해볼 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발언은 감사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작심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10위권에서 밀려났다"며 "1인당 국민소득을 보아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불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는 평화와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남북 평화 노선에서 멀어졌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 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며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어달리기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뿐"이라며 "남북 간에도 군사합의를 더욱 발전시켜 재래식 군비까지 축소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 의견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길게 싸워 나가야 하고 국면도 달라지기도 해서 이제는 기운을 차려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면서 "이 대표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