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500억 긴급 자금 지원 결정하며 회생 의지
-DL, 워크아웃 고수…“묻지마 지원 불가”
-부도 위기 넘겼지만 불안 여전…지역·업계 긴장 고조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제공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제공

 

한때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수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던 여천NCC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석유화학 불황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4년째 이어지는 적자 행진은 회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나프타분해설비를 합쳐 설립한 합작사 여천NCC는 지분 50%씩을 보유한 두 대주주, 한화와 DL의 선택에 따라 미래가 좌우될 상황이다.

현재 여천NCC는 단기 차입금만 1조 원이 넘고, 연말까지 최소 3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피했지만 여전히 자금난은 심각하다.

◇ 위기의 여천NCC, 대주주 대응은 ‘극과 극’

국내 대표 에틸렌 생산 기업인 여천NCC는 적자가 누적되며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2024년 –2,36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8월 여수 3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업황 악화와 자금난이 겹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불거지자,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의 대응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화그룹 전경
한화그룹 전경

 

한화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난 7월 말 이사회에서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단독 승인하며 “적자 탈피 가능성이 있다면 주주로서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여천NCC는 자구책 실행을 통해 적자 탈피가 가능한 만큼, 주주사가 회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DL은 “워크아웃 외에는 답이 없다”며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DL 이해욱 회장은 긴급 주주사 회의에서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 간다.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DL그룹이 저가 거래로 여천NCC에 큰 손실을 입혔다면서 DL 측에 여천NCC 부도 위기 극복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DL그룹이 전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천NCC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화 측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DL은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했다. 특히 25년간 2조2000억 원 배당금을 챙기고도 추가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고의 부도’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이자, 뒤늦게 DL은 자회사인 DL케미칼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섰다.

DL케미칼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여천NCC에 약 1500억 원의 자금을 20일 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워크아웃을 밀어붙이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축적했다.

단기 유동성은 확보했으나 다만 자금 수혈로 고비를 넘겼을 뿐, 사업 정상화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DL그룹 전경
DL그룹 전경

 

DL그룹은 DL케미칼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DL은 입장문을 통해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알티케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천NCC는 최근 화학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며 “대주주인 한화와 DL이 자금 투입을 통해 부도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를 납입할지 등은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다. 추후 자금 집행 과정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향후 해결 방안은…한화 “책임경영 통한 회생”‧DL “구조조정 불가피”

여천NCC는 지난 8월 8일부터 여수 3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연간 약 900억 원 절감을 노리지만, 석화 업종 전체가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재가동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 조치가 단기 연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화는 추가 지원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회생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용 절감과 원료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고, 산업은행 보증 및 자산 유동화 담보 대출 등 외부 자금 조달 방안도 제시했다.

DL은 이에 맞서 “정확한 원인 분석과 구조조정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워크아웃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DL은 원료 공급 계약을 두고 한화가 자사에만 유리한 조건을 고집해 여천NCC의 경쟁력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DL은 “3월에 2000억 원 투입 당시 ‘연말까지 문제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3개월 만에 추가 요청이 온 것은 경영진의 무능”이라고 지적했다.

DL이 전국적인 시황 악화를 이유로 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경영 리스크 전가를 차단하려는 ‘선제 워크아웃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수산단 협력업체들은 “한화가 아니었다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라는 평가와 “DL의 지적대로 구조적 경쟁력 없이는 단기 수혈만으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 알티케이뉴스 DB
이재명  대통령 / 알티케이뉴스 DB

 

정부와 금융당국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주주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역사회 역시 “여천NCC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여수산단 생태계 전체의 위기”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수산단 협력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산단 전체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 여천NCC만의 문제가 아니며 중국·중동발 저가 공세와 공급과잉으로 국내 범용 석화업체 전반이 압박받고 있다.

여수산단에서는 지난해 5월 LG화학 SM(스티렌모노머) 공장, 12월 롯데케미칼 2공장이 일부 가동을 각각 중단했다. 따라서 기업별 구조조정과 함께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여천NCC의 정상화를 위해 △주주사의 명확한 책임 분담 △원료 조달 방식 개선 △스페셜티 화학제품으로의 전환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특정 분야나 용도에 특화한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여천NCC는 에틸렌, 프로필렌, 이소부텐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여천NCC가 생산하는 범용 제품은 중국 생산량이 많아서 당장 자구책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천NCC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합작기업 구조의 리스크, 대주주 책임, 산업 불황이라는 복합적 난제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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