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DL건설 현장서 또 50대 노동자 추락 참사…임원진 일괄 사표
-이재명 대통령 질타…고용노동부, 전방위 압박 예고
-정부·여당, 중대재해 기업 '공공입찰 제한' 법 개정 착수
경기도 의정부의 DL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DL그룹 계열사 현장에서 이어지는 사망사고로 인해, 그룹 전체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잇따른 중대재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직후 발생해 정부의 압박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년 가까이 이어진 고강도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DL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다.
◇ DL건설 의정부 현장 사고 경위는
지난 8월 8일 오후, 의정부 신곡동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결국 숨졌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DL건설 사무소와 협력업체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당시 18층에 아파트 외벽에 있는 그물망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6층 그물망에 잔해물이 걸리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물망에 올랐다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35층, 6개 동, 총 815세대로 지어지며 2026년 9월 입주 예정이다.
DL건설 관계자는 본지에 "사고원인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며 "현재 사고와 관련된 자세한 것을 얘기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는 ‘외벽 그물망 해체 과정에서의 추락’이 지목된다. 현장 노동자가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였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추락 방지 안전고리 체결과 안전난간·추락방지망 등 기본 조치가 충분했는지 여부는 수사·감독 대상이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즉시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DL건설은 사고 발생 사흘 만인 11일, 강윤호 대표이사와 하정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포함한 임원진과 팀장, 현장소장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모회사인 DL이앤씨 역시 전국 44개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는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까지 거론하자,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한 인적 쇄신만으로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내고 업무에 복귀 후 곧바로 이번 사고를 보고를 받으며,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신속히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올해 네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지난달 29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언급한 데 이어, 휴가 중이던 지난 6일에는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DL그룹은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기록한 기업이다.
DL이앤씨의 경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8건의 사고로 모두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중대재해 최다 발생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주요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2022년 3월 서울 종로구 건설현장에서 전선 포설 작업 중 드럼에 맞아 1명 사망, 같은 해 4월 경기 과천에서 굴착기 끼임 사고로 1명 사망, 8월 경기 안양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펌프카 붐대 파손으로 2명 사망 등이 있다.
2023년 7월 경기 의정부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장비에 깔려 1명 사망, 8월 서울 서초구에서 양수작업 중 물에 빠져 1명 사망, 같은 달 부산 연제구에서 창호교체 작업 중 추락으로 1명이 사망했다. 2024년 5월에는 경북 울릉군 공항 건설공사 현장에서 굴착기 토사 매몰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특히 DL건설은 최근 3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과 과태료 처분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2022년 5·6월에 산안법 위반으로 회사와 직원이 벌금형(각 700만원, 15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23년 10월에는 추락 위험 장소 안전조치 위반으로 회사와 직원이 각각 500만원 벌금을 받았다. 2024년 3월에도 직원 2명이 산안법 위반으로 금고 8개월(집행유예 1년) 선고 받았다.
행정 제재 내역도 심각하다. 2023년 1월 27일 본사 감독에서만 과태료 7611만3000원이 부과됐다. 지난해 6월 의정부지청 점검에서도 과태료 3150만원이 부과됐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DL그룹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의 반복적인 안전사고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23년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산재 청문회에 출석하여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안전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실질적 변화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작년보다 안전 비용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이상 증액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협력사 등과 다시 협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을 산정하면서 대한민국 어떤 건설사보다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라 생각한다”며 공사 기간·비용 단축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 예고된 인재(人災),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나
이번 의정부 추락사는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DL그룹 전체의 구조적인 안전불감증이 낳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강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추락 위험 장소에 안전난간·추락방지망·안전대 부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한다. 그럼에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다면, 설계(절차)·교육(역량)·감독(현장 통제)·원청-하청 협력(책임 연쇄)의 어느 고리에서든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부는 장마·해빙기 등 계절별 위험에 맞춘 현장 안전 길잡이·가이드, 50인 미만 사업장 맞춤형 지침 등 세부 정책 도구를 보강하고 있지만, 현장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같은 비극은 되풀이된다.
사고가 발생한 DL건설은 DL이앤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e편한세상’이라는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하며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여왔다.
강윤호 DL건설 대표는 DL이앤씨 출신이며, 이사회 역시 DL이앤씨 임원들이 포진해 있는 등 인사와 경영 전반이 긴밀하게 얽혀있다. 이는 안전관리 정책 역시 그룹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가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현장에서 발생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제대로 이행했는지, 과거 반복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위험이 방치되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DL건설 경영진은 물론, 실질적인 지배·운영권을 행사하는 DL이앤씨와 그룹 수뇌부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적용이 확대됐다. 건설업 특례(공사금액 기준)도 사실상 축소·정비돼 타 업종과 유사한 틀에서 책임이 부과된다. 개인사업자 역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법·시행령·해설서·FAQ가 강조하는 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경영진 리더십, 조직·예산·인력 배정) △유해·위험요인 파악과 개선(위험성 평가, 공정·장비 변경 시 재평가) △협력사(하청) 관리(승인 없는 작업 금지, 합동 점검·교육) △성과·사고의 점검·평가(내부 감사·이사회 보고) 등이다. 문서상 규정이 아니라 현장 실행 증빙이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실효성 없는 법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단일 사고에서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해야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난 5년간 산재를 이유로 입찰 제한을 받은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당정은 사망자 기준을 1명으로 낮추고, 연간 누적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제재하는 등 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만약 법이 개정되면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낸 DL그룹과 같은 기업은 향후 공공사업 수주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DL건설 임원진의 일괄 사퇴는 그룹의 핵심인 DL이앤씨와 오너 일가로 책임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와 사법당국이 현장 실무진 처벌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는 여전히 해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1831명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137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 사망자 수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뚜렷한 감소세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는 건설 업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건설 업종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건설업 불경기 여파가 크다. 지난해 착공된 건물의 수는 전년 대비 7.5%, 취업자는 2.3% 감소했다.
건설업의 노동자 사망자 수가 많은 이유는 다른 산업 대비 위험한 공정이 많고 하청 업체, 재하청 업체 등이 엮여 있어 현장 관리가 어려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공공입찰 제한,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를 병행하겠따고 밝히며 기업 경영진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묻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7월 말 국무회의 전후로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형사적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아울러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하거나 영업 정지 등 병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복잡한 지배구조, 거버넌스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자, 권한 있는 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한 “공기 단축을 이유로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며 “표준 도급 계약서를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에서 산업안전보급관리비 계상 의무도 원청에 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L그룹은 중대재해 문제와 별개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9월부터 DL이앤씨를 시작으로 DL케미칼 등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1년 가까이 진행해왔다. 특히 이 조사는 단순 정기조사가 아닌, 의도적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때 착수하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돼 총수 일가까지 조사했으나 DL이앤씨 임원 A씨에 대한 검찰 고발, DL케미칼에 대한 세금 추징 등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DL그룹은) 이번 사고의 전 과정 데이터(작업허가, 위험성평가, 보호구·설비 점검 내역, 감시자 기록, 하청 협의·교육 로그)를 외부 검증과 함께 공개하고, 단순히 현장 책임자 처벌로 그칠 게 아니라, 최고 경영진 차원의 실질적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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