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가까운 비행이 끝났다. 이날도 기내식은 날 힘들게 했다.유독 나만 그런 건가, 다들 그럭저럭 먹는 거 같은데 난 도통 기내식은 못 봐주겠다.게다가 이번 비행은 속까지 울렁거린다. 난 정말 비행기 체질이 아니다.가까운 지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날 픽업 나오기로 하였다.픽업을 나올 정도면, 나에 대해 엄청난 사랑 비슷한 감정이 있을 거 같아 보이겠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난 그가 부탁한 장난감을 챙겨가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고, 일종의 ‘미션 수행에 대한 대가’가 바로 ‘픽업’이었던 셈이다.그는 날 위해 여기저기 맛집과
지난 일요일, 가까운 동생과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관전했다.경기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인 토요일 늦은 저녁, 동생이 사는 곳 인근 이마트로 향했다. 식량 확보를 위해서였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마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 음식이 없었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치킨은 물론, 피자까지 완전히 동이 난 상태였다. ‘이런, 우리가 한 발 늦었어. 다들 내일 새벽 챔스 결승을 볼 때 먹으려고 식량을 사간 게 분명해’라며 가슴을 때렸다. 결국, 동네 구석구석마다 존재하는 이름 모를 치킨집에 들어가 두 마리 챙겨 동생의
인간미. 축구 감독에게 ‘인간미’는 필수적인 덕목과는 거리가 있다. 감독이라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하고 탄력 있는 전술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충분히 갖춘 감독이 ‘인간미’까지 풍긴다면, 그 감독은 다른 팀의 팬들에게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생겨난다.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감독 ‘위르겐 클롭’이 그러하다. 클롭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지구 반대편에서 오직 ‘미디어’를 통해 클롭을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클롭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클롭은 뭔가 인간적이야…” 실제 클롭의 모습은
그리, 뜨겁지 않아 보인다.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9 u-20 월드컵 대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손흥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있는 축구팬들은 온통 그곳에 정신을 쏟고 있다.누군가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실제로 그러하다.그래도, 그 미지근한 관심을 뚫고 기어코 튀어나와 펄떡펄떡 대중에게 호소하는 한 선수가 있다. 그가 누구겠는가, 바로 국가대표 이강인이다. 에서 수비진을 찢어놓던 그 귀엽던 꼬마 선수가 훌쩍 커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에서 활약하다 잠시 폴란드로 몸을 옮겨 대한민국을 위
난 미국 스포츠가 좋다. 미국은 별로지만 (미국을 특별히 좋아할 이유를 찾는 건 정말 어렵다), ‘미국 스포츠’는 좋다.미국 스포츠 특유의 ‘과장’이 좋다. 그들은 웃어도 실컷 웃고, 울어도 실컷 웃는다. 선수든, 혹은 스포츠팬이든 그들의 액션엔 ‘과장’이 있다사실 그 이면에 ‘엄청난 돈의 흐름’ 있지만, 난 그게 그들의 중심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미국 스포츠의 중심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들이 스포츠라는 통로를 통해 이야기를 엮어내는 힘을 보며 난 매번 ‘부러움’을 느낀다. 한국 프로야구가 1982년에 시작됐고, 한국 프로축구
2016년, 메이저리그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유독 넘쳐났다. 결국 이대호, 김현수, 박병호가 1-2년 만에 조귀 복귀했고, 강정호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오승환은, 한국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을 꿋꿋히 해내며 활약하고 있다. 2019년은 적어도 현재까진 ‘류현진’의 해다. ‘사이영상 유력한 후보’, ‘올스타전 선발 예상’ ‘20승도 가능’ 등등, 류현진은 투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강렬한 수식어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류현진은 그 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야구(野
지난 주, “어디까지나 책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야 유효하다. 적어도 비행기에선 말이다.”라는, 아주 도발적인 말을 던졌다. 그리고 이건 철저히 ‘비행기 안’이라는 공간에 한정된 이야기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 투수일까. 음악은 내가 보기에 농구로 치면 식스맨에 가깝다. 주전은 아니지만, 수시로 등장하여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식스맨.때로는 주전 이상의 활약을 펼치기도 하는, 붙박이 주전은 아니어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내게 ‘비행기 안에서의 음악’은 농구로 치면 식스맨 같은 존재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신장 200.6cm, 92년생 청년 덕분에 미국 프로농구(NBA)가 뜨겁다. 토론토 랩터스 소속 ‘슈퍼스타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 덕분이다.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토론토 랩터스’로 이적한 카와이 레너드는 요즘 매 경기 뜨거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진행 중인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득점 30점을 넘기며 농구 그 이상의 경지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플레이오프가 되면 당연히 수비의 강도가 한층 강해진다. 그런데도 평균 득점이 정규 시즌에 비해 올랐다는 건, 카와이 레너드가 가진 에너지의 깊이
국내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수장이었던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프로야구 감독이 감독직을 내려놓을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경질’ 혹은 ‘자진 사퇴’. 사실 용어의 차이에 불과할 뿐,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경질이든 자진 사퇴든, 감독 본인으로선 ‘분노’ 혹은 ‘답답함’ 혹은 ‘미안함’의 정도가 최대치에 달했을 때 표현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김기태 감독 역시 ‘분노’ ‘답답함’ ‘미안함’ 사이를 오가다가 ‘자진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면 될까…사실, ‘주변에서도 예측가능한 객관적 상황’으론 특
아마 지난 주말을 거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선수는, 종합격투기 선수 ‘권아솔’일 거다. 사실 권아솔은 이름이 그리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그가 뛰고 있는 무대인 ‘종합격투기’라는 장(場)은 여전히 대한민국 스포츠에선 비주류다. 관람하는 팬 층도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나마 골수 격투기 팬들도 눈을 외국으로 돌리는 편이다. 하지만 스포츠에 관심이 있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기사를 꾸준히 읽는 사람이라면, ‘권아솔’ 이름 석 자 정도는 들어봤을 거다. 그리고 그가 종종 ‘기행’과 ‘선정적인 발언’으로 대중과
# 2019년 4월 1일,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여 들어오니 혼자가 됐다.배웅 나온 아내는 돌아갔다. 십여 년 전, 유럽으로 떠날 때도 혼자였는데, 이번엔 정말 혼자다. 그땐 애당초 혼자인 내가 혼자 여행 간 거였고, 이번 여행은 아내랑 두 딸을 두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니 정말 혼자다. 허전한데 자유롭고, 자유로운데 허전하다. 내가 뭐 대단한 애처가라거나, 숨 막히게 달콤한 아빠여서 그런 건 아니다.탑승구로 향하던 중, 서점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난, 책이다. 들어가서 무슨 책이 있나 보는데
신장 221cm 하승진이, 은퇴를 선언했다. 1985년생, 그러니까 올해 34살이 된 농구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는 건 크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다만, 그게 하승진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십 수 년 전, 한국농구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끌어온 엄청난 기대감과 즐거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우린 더 이상 하승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 적어도 농구 코트 위에선…일상생활에서 2m가 넘는 사람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이 격돌하는 농구코트에 가면 2m를 넘거나 그에 가까운 선수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승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쉑쉑 버거’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쉐이크쉑 버거’지만, 난 그냥 ‘쉑쉑 버거’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출발 이틀 전에, “형, 인천공항에 쉑쉑 버거 있는 건 알죠?”라는 지인의 질문을 듣고서야 알았다. 배웅 나온 아내와 함께 발권을 마치고 ‘쉑쉑 버거’로 향했다. 긴 비행을 앞두고, ‘쉑쉑 버거’로 배를 채우고 싶었다.쉑쉑 버거 하나, 감자 튀김 하나, 그리고 기다란 콜라 한 잔.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는’ 아내는 감자 튀김만 좀 먹기로 하여 나머지는 전부 내 차지였다. 난 쉑쉑 버거를 시킬 때마다,
2019월 5월 9일 새벽은, 아마도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겐 잊기 힘든 날이 될 거다. 십 년 정도 시간이 흘러, 이 날이 5월 9일이었는지 5월 19일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겠지만, 적어도 2019년 5월 즈음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을 반드시 기억할 거다. 스스로를 ‘축구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엄청난 일은 당연히 토트넘 홋스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말한다. 심판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터진 ‘루카스 모우라’의 골로 3:2 역전에 성공한 순간, 새벽인 탓에 홀로 경기를 보던 난 그저 혼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자주 소환되는’ 선수를 꼽자면, 단연 ‘호날두’일 거다. 여기서 말하는 ‘호날두’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말한다. 소환의 이유가 좀 서글프다. 역사상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인 ‘호날두’지만, ‘역사상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로 꼽히기도 하는 ‘메시의 존재’가 소환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메시는 오늘(2019년 5월2일),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2차전에서 ‘미친’ 활약을 펼쳤다. 메시의 활약이야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전세계 수많은 축구
메시는 환상적이었다.오늘도 환상적이다.내일도, 환상적일 거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메시는 10년 넘게 고도로 뜨거운 흥분을 팬들에게 안기고 있다. 메시를 향한 나의 첫 번째 의문은 이거다. 어떻게 이렇게 장기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아니 그거야 그의 탁월한 천재성 덕분이라고 치자. 결국, 진짜 궁금한 건 이거다.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매 경기 몰입하게 하는 걸까?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킨 그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동기부여 능력’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메시가 세상에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영웅의 등장’을 고대한다. 마침내 영웅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영웅의 몰락’을 즐긴다.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미묘한 심리다. 그리고 사람들이 결국 고대하는 바는 ‘영웅의 귀환’이다. ‘몰락한 영웅’이 마침내 귀환했을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는, ‘영웅이 등장하여 세상을 평정한 후 믿기 힘든 몰락의 길을 걷고, 결국 다시 영웅의 자리로 등극하는’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이 말이 맞다면, 이번 주 PGA마스터스에서 우승한 ‘
2010년 7월 21일 대전 구장. 9회초, 한화 이글스가 1: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류현진과 이대호가 붙었다. 2아웃, 주자 1,3루. 단타 한 방이면 동점, 장타 한 방이면 역전까지 가능한 상황. 류현진이 과감하게 몸쪽으로 초구 직구를 뿌렸다. 원 스트라이크. 두 번째 투구 역시, 몸쪽으로 파고드는 직구. 투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이대호는 ‘허허, 이 녀석 정말’이라는 표정으로 마운드를 응시한다. 류현진이 던진 세 번째 공은 높게 치솟았고 이대호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갔다. 파울.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노 볼
이보다 더 유쾌한 선수가 있었던가. 아, 그 앞에 수식어가 하나 필요하다.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 중’에서 이보다 더 유쾌한 선수가 있었던가. 불과 몇 년 사이 미국프로농구(NBA)에 플레이 스타일의 혁명을 불러온 사랑스러운 1988년생 청년. 나는 지금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인트가드 ‘스테판 커리’를 말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커리의 압도적 3점포에 대한 감동이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이다.(참고로 커리는 2019년 3월 14일 현재 경기당 평균 5개가 넘는 3점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매 경기
요즘 골수 축구팬들 사이에선 ‘박지성 VS 손흥민’ 논쟁이 뜨겁다.NBA로 눈을 돌리면 ‘마이클 조던 VS 르브론 제임스’ 논쟁이 뜨겁고, 세계축구로 눈을 돌리면 ‘메시 VS 호날두’라는 해묵은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건 사실 답이 있으면서도 답이 없는 논쟁이다. 저마다 답을 갖고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답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뜨거움을 온 몸으로 경험한 팬들 입장에서야 ‘손흥민의 추격’이 아직은 우스울 테고, 손흥민의 뜨거움을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젊은 팬들이라면 ‘박지성’이란 존재가 지나간 추억처럼 여겨질 수도